최용(Yong Choi)
2020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Yale University, Architecture (MA)
제가 유학을 가기 전 풀브라이트에 지원을 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진작에 고민했던 저는 여럿 유학에 성공한 선배들의 사례들을 찾아서 보았고,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유학을 가게 되었을 때 금전적인 지원과 더불어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을 때의 이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2020년도 건축 전공으로는 제가 뽑히게 되었고, 원하던 학교에도 입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가 건축 시장에서는 당장에 현실성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래서 돈과 시간을 들여 유학을 가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죄책감과 걱정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사실이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고,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자신있게 출국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유학 생활은 기대만큼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워낙 무덤덤한 성격이고 학업적인 부분은 자신 있었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외국어를 쓰며 혼자 생활해야 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습니다. 제가 입학했을 2020년 당시 코로나는 심각해지고 있었고, 저는 미국 생활 전반이 처음인 상황에서 학교 또한 이런 상황이 처음인 상태였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습니다. 정착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풀브라이트 어드바이저의 존재는 저에게 심리적으로 의지를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조부모님이 상을 당하셨을 때에는 2주는 그냥 머리가 멍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본 사이였고, 누군가는 얼굴도 보지 못한 사이였지만 어드바이저와 교수님, 그리고 함께 작업을 했던 동료들은 그런 상황에서 저를 격려하고 배려해주었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연고가 없는 미국에 와서, 또한 학교에는 거의 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저는 심리적인 소속감과 무언가 잘못되어도 누군가 저를 챙겨줄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런 믿음과 안정감은 출국 전 풀브라이트 동기들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저희는 미국에 와서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서로 아는 정보들을 공유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각자 다른 분야,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외국인으로서의 생활과 추후의 커리어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던 친구들이 없었다면 안 그래도 막막했던 유학 생활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예일에 와서 2학년부터 오프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들으며 꽤나 많은 친구들과 교수님, 그리고 책에서만 보았던 선배들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자국에서 오랜 시간 보낸 후 유학에 온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았습니다. 각자의 배경과 졸업 후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들을 얘기하며 저와 비슷한 상황의 동료들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아니더라도, 미국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정착하여 일을 하기 위해 먼 땅에서부터 왔습니다. 미래에는 선배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저와 같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된다는 것은 해외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매우 단단한 디딤돌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느낍니다. 풀브라이트는 미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기관입니다. 풀브라이트는 하나의 명함처럼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장학생에 대한 특별한 인식을 갖게 한다고 느꼈습니다. 익명의 다수인 미국 사회 속에서 특히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공신력 있는 집단에 소속되는 것은 큰 이점이 있습니다.
건축은 실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많은 건축대학들은 학생들의 작품들을 평가할 때나 강연회를 열 때 학자들과 더불어 실무를 하고 있는 건축가, 엔지니어들을 적극적으로 초청합니다. 매 학기 스튜디오 작업을 할 때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본인이 가진 생각들에 대한 피드백을 얻게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수님들이나 건축가분들이 관심 주제와 관련한 작업이나 공부를 하는 분들을 소개 시켜주게 되고, 졸업 후 진로도 이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투적이지만, 이런 것이 인맥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학교에서 사회에 나가기 전 이런 학업적 교류는 하나의 검증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브라이트는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먼저 관심사와 배경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되는 트리거였습니다.
미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어떤 분야든 간에 당연히 풀브라이트에 지원하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처음에는 적지 않은 장학금이라는 이점을 보고 지원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학교의 펀딩이 많지 않은 학위 과정에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고려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변의 꿈과 열정이 있는 친구들을 보며 본인이 열정이 있다면 어디서든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기회는 있다고 느낍니다. 장학금이라는 이점을 제외하고, 풀브라이터로서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은 유학 전반의 생활에 매우 체계적이고 따뜻한 조력자가 있다는 점입니다. 유학과 대학원 생활은 큰 스트레스를 수반합니다. 멘탈이 강한 친구들이지만, 모두들 ‘힘들다’ 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데 옆에 믿을만한 조력자가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대학원 지원에서부터 비자, 보험 등 행정적인 요소들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 본인의 길만 달려가면 됩니다. 학업 과정 속에서도 항상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존재하고, 그런 존재들은 항상 여러분을 지지해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졸업 후 다시금 풀브라이트에서 제공해주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습니다. 유학 전부터 꿈꿔왔던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합니다. 풀브라이트는 유학 생활의 시작과 끝이었고, 제가 가는 빗길 속에서 안전한 우산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우산을 접고 또 다른 빗길 속을 달리겠지만, 이 우산은 항상 제 옆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우산을 저와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씌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에서 많은 풀브라이터들을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상지, 윤산님, 지인 누나, Taku Samejima, 그리고 인생 멘토 Sunil Bald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