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훈 (Taehoon Kwon)
2016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Washington, Economics (PhD)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국제농업개발협력업무를 추진하면서 다양한 국제기구의 활동과 양자협력의 결과물인 개발프로젝트의 성과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실증분석에 기반한 체계적인 개발협력전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개발경제학은 최근 사회실험적 방법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경제정책이 개발도상국 수혜집단의 행동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마침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미국 경제학박사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의 공부도 교육과 공중보건 정책이 어떻게 경제적 동기에 영향을 주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여러 실험적, 비실험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2016년 9월 시애틀에 소재한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시작하였다. 과정의 첫 2년 동안은 다양한 과목들을 수강하고, 3년차 논문단계에 진입하기 위한 시험도 봐야하기 때문에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첫 2년 동안 풀브라이트 장학금 덕분에 강의부담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장학금을 받을 당시보다, 강의조교로 근무하면서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3년차에 이르러서야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고마움이 더 크게 와 닿았다.
풀브라이트는 단순한 장학금 이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IIE담당자는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뉴스를 알려주고 궁금증을 해소하여 주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캠퍼스를 방문하여 개인면담을 해주기도 하는 등 낯선 이국 땅에서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안정감을 주었다. 이런 저런 교내외 행사가 많았지만 학업과 가족일로 참여를 많이 하지 못해 아쉽다. 또한 왕복항공권과 이사화물비 지원, 의료보험 혜택까지 평소엔 모르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가난한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유학생활에 상당히 많은 고민들을 덜 수 있었다.
시애틀에서의 5년은 나와 가족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기회였다. 온대우림과 만년설을 끼고 드넓은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입지에서 아이와 함께 계절마다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 호박을 따고, 태평양 맛조개와 바지락을 캐고, 오징어 낚시와 스키를 즐기면서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을 여행했던 시간들은 나도 지구에 발 딛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임을 일깨워주었다. 지성과 감성을 알차게 가꾼 박사과정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농업, 농촌, 그리고 공동체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리라 다짐한다. 끝으로 한미교육위원단, IIE, 그리고 풀브라이트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