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 Won Shon

손성원(Sung Won Shon)
2021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Georgetown University, Foreign Service (MA)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수학을 한 선배들의 후기들을 읽어보면서,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풀브라이트 동문으로서 가지게 될 인적 네트워크와 자부심의 가치에 대해서도 큰 매력을 느꼈다. 아울러 미국에 머물기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도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풀브라이트 장학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월시 스쿨에서 2년간 외교학 석사 과정을 경험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토론식 수업 문화가 처음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조지타운 대학교의 동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적으로 정해진 정답을 찾기보다는 팀워크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는 미국식 문제해결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느끼게 되었던 것이 큰 교훈이었던 것 같다.

2021년 첫 학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가족보다 반년 가량 먼저 미국에 도착하여 가족이 올 때 함께 머물 거처를 알아보면서 동시에 10여년 만의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지병으로 나를 괴롭혀 온 치주염이 재발하면서 졸지에 미국에서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불상사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면서 점차적으로 미국 생활에 녹아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에는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조지타운의 Master of Foreign Service 과정 안에서도 Science, Technology and International Affairs로 세부전공을 정하고, 그간 궁금했던 첨단 과학 분야에서의 지정학에 대해 심도 있는 공부를 하면서, 오랜만에 지적으로 내 자신을 채워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Theresa Sebonis-Helf 교수의 게이트웨이 과정은 새로운 분야로 나를 입문 시켜준 길이 기억될 귀한 경험이다.

2022년 가을학기가 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내가 무슨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미국과 중동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던 나는 특히 보다 세부적으로 에너지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나의 전문성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가을학기에는 Energy Transition 수업을 통하여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산업 일선 현장에서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힐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신흥국 채권을 기반으로 한 신용 평가, 라틴아메리카의 에너지 안보, 정책의 영향성 평가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외교를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넓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2022년 한해를 조지타운에서 온전히 보내면서 가장 감사했던 점은 워싱턴 디씨라는 지역적 특성상 학계 교수들 뿐만 아니고 정치-경제의 접점에 있는 일선 전문가들과의 교류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다. 백악관에서 사이버 안보 자문관 경력이 있었던 교수나, 세계 은행에서 오랜 기간 컨설턴트로 일해 온 교수로부터 현장 일선의 시각을 공유받는 것은 한국에 있었으면 결코 가질 수 없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사적으로는 2022년 초 가족의 합류도 나의 미국 생활을 풍요롭게 채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조금 어려워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인한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 완화는 미국 다른 지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거나 잠시나마 미국 국내 다른 도시를 여행하는데 크게 보탬이 되었다.

2023년 마지막 학기는 사정 상 가족을 먼저 한국으로 보내고 다시 한번 홀로서기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에는 외로움과 허전함, 귀국 후의 생활에 대한 막막함 등으로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거쳤으나, 다시 없을 지적 자극과 여유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초심으로 돌아가 독서와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나만의 건강한 생활 리듬을 복원한 것이 큰 성과였다. 아울러 가족의 귀국으로 인해 육아의 부담에서 해방(?)된 것을 기회로 삼아서 그간 소원했던 학교 동기들과의 유대 강화에도 힘을 쏟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조지타운 MSFS과정의 졸업 구술 시험에서도 외국인에게는 잘 주어지지 않는 Distinction을 받는 성과를 거양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자랑이다. 기존 직장에서의 경험과 조지타운에서 수학하며 배운 지식을 잘 조합하여 중동 지역에서의 한일간 에너지 협력 확대 방안을 주제로 정책 제안을 발표하였는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국무부 과장과 CSIS 선임 연구원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처음 조지타운에 왔을 때의 어색함과 낯선 느낌을 뒤로하고, 이제는 미국 유수 대학 졸업자로서 미국 엘리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풀브라이트는 나에게 미국의 젊은 엘리트들과 교류하면서 세계 정세가 조형되는 워싱턴 DC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준 인생 일대의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학교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풀브라이트가 주는 명성과 권위는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었고, 또 학문적으로도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하는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지원하려는 예비 지원자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조언을 하고싶다. 첫째는 스스로의 한계를 미리 규정하지 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에 합격한 동문들이나, 조지타운에서 만난 세계 각지의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나이와 경력 양 측면에서 매우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혹은 ‘아직 경력이 없어서’와 같은 이유로 스스로를 제약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지원서를 준비하면서 꿈을 가져 보기를 권한다. 한미교육위원단의 모집 요강을 자세히 읽어보는 것이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취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기를 희망한다면, 당신은 풀브라이트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의 수학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돌아와 우리 국익에 기여하고, 한미 관계의 발전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인과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비전이 일치할 때 더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