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정 (Sojeong Whang)
2019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Chicago, Public Policy (MA)
대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대학원 공부에 전혀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 직장 생활의 시작이 꽤 만족스러웠으나, 점점 내가 해야 하는 일의 무게와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고 내가 모르는 세상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대학원 공부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왕이면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여러 종류의 장학금 신청서를 제출하던 중 운 좋게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될 수 있었고, 어렴풋이 상상만 하던 ‘미국 유학’이 현실로 가까이 다가오고 난 뒤에야, 내가 업무를 하면서 배우고 싶었던 내용, 궁금했던 내용들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대학교를 열심히 서치하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학위 과정은 미국 시카고 대학교 (University of Chicago)의 정책학 대학원 석사 과정이었는데,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정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카고 대학교의 MPP(Master of Public Policy) 과정은 평소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유익한 과정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때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존재는 내가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는 사립대학교인 시카고 대학교를 선택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10년 전쯤 짧게 여행으로 다녀온 것이 미국 경험의 전부였던 나에게 2년 유학 생활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사실 대학원 공부 자체도 부담이었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혼자서 2년을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더 큰 부담이었다. 심지어 미국, 특히 시카고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무섭고 위험한 이미지는 출국 전의 나의 불안과 걱정을 더 증폭시켰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적응하는 데 한동안 꽤 어려움이 있는데 심지어 다른 나라 다른 도시라니. 인터넷 설치나 난방 요금 같은 것들은 모조리 미지의 영역이었고 그 미지의 영역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로 소통해야 한다는 그 사실이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나는 각종 만일의 사태들을 대비하여 우리나라에서 구매한 다종다양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2019년 8월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입국했고 풀브라이트에서 주관한 Gateway orientation program을 시작으로 미국 시카고 생활을 시작했다.
걱정과는 달리 미국 시카고에서의 유학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고 기대 이상이었다. 정책 문제와 관련한 데이터 계량 분석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실라버스에 있는 엄선된 리딩과 교수님들의 훌륭한 강의 덕분에 학업에 더 흥미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미국에서의 생활 자체는 예상대로 녹록치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냈던 나의 지난 30여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나의 남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비록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카고에 살다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학위를 마무리했지만, 많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었던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7개월 동안에도 정말 많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2년동안 살았다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못내 아쉽기는 하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얻게 된 큰 수확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정책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간 한국에서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상들이나 해결이 불가능해 보였던 정책 문제들이 미국 사회를 겪어보니 다시 새롭게 보였다. 또한 사무실 출근을 멈추고 대학교에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새로운 기분이 있었고 외부인의 시각으로 내가 해왔던 업무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나은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얻은 듯하다.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과 교류한 시간들도 기억에 많이 남고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보다 많은 직업 세계와 경험들도 미국에서 얻은 새로운 배움 중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또한 나의 업무 분야가 교육 정책이다 보니 미국 대학교에 직접 다니면서 알게 된 미국 고등교육의 특징과 미국 연방정부 및 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들도 모두 흥미롭고 유익했다. 특히 미국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양질의 교과외 서비스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 등은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인상적인 부분들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물리적 경험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련 기관들과 미국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전공과 관련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석사학위 과정을 이수한 지난 2년은 나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이 시간들을 통해 많은 배움과 새로운 관점들을 얻게 되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미국 유학을 망설이고 있던 나에게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 유학을 결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네트워크는 여러모로 미국에 적응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내가 시카고에 머무르던 2019년의 경우, 시카고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꽤 여러 명 있었고, 같은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의 적응을 도왔었다. 시카고대학교 정책대학원에도 바로 전년도에 입학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있어서 정말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공무원의 삶 속에 주어진 일종의 행운의 기회였던 미국 유학을 통해 얻은 배움을 활용해 원래 목표했던 대로 더 나은 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런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풀브라이트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