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혁 (Seung Hyuk Jang)
2022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School of Law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풀브라이트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된 것은 10여년 전에 판사 생활을 할 때였던 듯하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이 변호사를 비롯한 소수의 특별한 전문가들을 선발하여 지원한다는 것이 그 당시 내가 풀브라이트에 관해서 아는 전부였다. 당시 판사였던 내가 지원할 수는 없는, 나와는 관계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15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교수 생활을 한지 4년여가 지난 즈음, 채용 절차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교법적 연구를 하고 싶었다. 국외에서 연구년을 보낼 준비를 하던 중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아 연구년을 마치고 온 동료 교수를 통해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미국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연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의 문화 대사로서 미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한편 한국 사회와 문화를 미국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국 법에서는 차별을 시정하는 법적 이론이 매우 발달하였고 차별에 관한 판례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이었다.
2)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부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과 느낌
풀브라이트 방문교수 프로그램(이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후보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심사와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구계획서에서 미국에서 해당 주제(채용과정의 성차별을 시정하는 법적 구제방법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를 연구하여야 하는 이유와 연구성과의 향후 활용 계획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영어 면접을 치르면서는 긴장하기도 하였지만, 면접관들에게 연구 주제가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과 학문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은 내 스스로 연구 주제의 체계와 내용을 점검해보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된 이후 미국에서의 조기 정착에 이르기까지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조직적, 체계적인 지원을 하였다. 풀브라이트 재단의 한국 담당자는 필요한 절차를 적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충실히 안내를 해주었고, 그에 따라 호스트 기관에 방문 교수로 지원하고 승인을 받는 절차, 건강검진 절차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의료보험의 혜택과 신속한 비자 발급이라는 편의를 제공하는 등 유학 생활 준비에 따르는 어려움을 상당히 해소하여 주었다. 수혜 기간이 개시된 이후에 제공된 각종의 재정적 지원은 물가 상승이 심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유관 기관인 국제교육위원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의 조속한 발급을 권고하는 서면을 발급함으로써 유학 생활의 조기 정착에 도움을 주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연구를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호스트 기관인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에 참여할 때 그리고 다른 방문교수들과 교류할 때에 상대방이 풀브라이트 학자를 명망이 높은 우수한 연구자로 바라보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한 시각은 미국에서 풀브라이트 학자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연구해 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또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영어권 논문 투고와 게재 방법에 관한 워크숍(Humanities & Social Sciences Manuscript Publishing & Peer Review Spring 2023 Workshop) 등 연구에 필요한 지원을 하였다.
풀브라이트 양성 프로그램(Enrichment Program)은 미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중 급식 자원봉사, 인근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The Hospitality Program) 및 호두까기인형(Nutcracker) 공연 관람 행사에 참여하였다.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아침 급식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노숙자 문제 등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볼 수 있었다. 주거지 인근에 사는 풀브라이트 자문위원회의 구성원인 Cynthia Crow와 교류하면서는 노숙자, 약물 남용 등 미국 사회의 문제와 풀브라이트 학자의 역할에 관해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즐겨 관람한다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는 그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풀브라이트 양성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경험하기는 어려웠던 기회라는 점에서 위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의미와 역할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위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미국 사회와 문화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미국인들이 당면한 사회 문제들, 즉 증가하는 노숙자, 총기에 의한 대규모 살상 사고의 증가, 미국 남부의 국경 통제 및 여성의 낙태권 제한 등에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렇듯 풀브라이트 양성 프로그램은 미국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이었다.
3)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첫째, 풀브라이트 학자라는 지위만으로 안정적이고 협조적인 연구 환경을 얻게 된다. 수혜자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서 호스트 기관으로부터 연구에 필요한 유, 무형의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수혜자에게 각종의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원은 항목 별로 연구자의 필요에 맞추어 세부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셋째, 풀브라이트 양성 프로그램은 미국 사회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혜자는 자국의 문화 대사로 활동할 수 있고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4) 예비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발되기 위해서 1년 이상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싶다. 연구 계획서에는 한미 양국 모두에서 의미와 중요성이 있는 연구 주제와 구체적이고 치밀한 연구 계획이 담겨야 한다. 향후 연구와 영어 면접을 위하여 영어로 연구 계획 등을 제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