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지 (Sang Ji Han)
2019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Yale University , Architecture (MA)
저의 20대는 아마 대학원을 준비하고, 다니고, 졸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습니다.
풀브라이트의 위상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소개하면 확연히 시선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일 건축대 내에서 3년 연속으로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있어 선후배와의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석사 프로그램에도 다른 국가에서 온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두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뛰어난 기량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기도, 격려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큰 힘이 되는 동료를 얻게 되었습니다. 교수님들 중에서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으로 석사 혹은 박사 프로그램을 시작한 교수님들이 많으셨고, 풀브라이트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석사, 특히 M.Arch1 건축 석사 프로그램 특성상 디자인 스튜디오와 이론수업을 병행하는 수업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건축을 대하는 방식 자체의 창의성, 상상력을 보다 강조하는 스튜디오 커리큘럼이 낯설기도 했고, 이미 아이비리그, 미국대학에서 학부수업으로 다져진 디스커션, 라이팅, 리서치 능력은 한국 학부생활에서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 친구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그저 복도를 걸어가며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고, 서로 가르쳐주고, 크리틱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글로만, 프로젝트로만 읽었던 교수들과 한학기동안 가까이에서 서아프리카 베닌으로, 멕시코로 스튜디오 트래블을 거쳐 디자인을 직접 보여주는 과정은 앞으로 아마 평생 건축을 해 나가는 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되는 될 것 같습니다.
굉장히 좁은 질문을 들고 시작한 석사 프로그램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사실 더 많은 질문을 안고 떠나가는 것 같습니다.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해 골고루 들여다보고 예쁘고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건축”이 뭘까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넓은 아카데미아에서 역사가 깊은 중국, 건축적 정체성이 강한 일본 건축 사이에서 한국 건축의 위상에 대해서도 더 넓은 컨텍스트에서 생각하고, 갈 길이 멀다는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풀브라이트를 받았으니 이번 생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자긍심으로 시작한 대학원 생활이었습니다만,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첫 학년 봄 학기에 시작한 코로나로 계획에 없던 1년간의 원격 수업, 여전한 코로나의 여파로 휴학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4년 이후에 졸업을 하고 이렇게 리포트를 쓰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풀브라이트가 아니었으면 예일대 대학원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