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형 (Moohyung Cho)
2014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Duke University, Political Science (PhD)
외국에서 살거나 공부해 본 적이 전혀 없었던 한국 토박이였던 저에게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긴 시간 동안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는 것은 매 단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유학 지원은 물론 미국에서의 정착과 적응, 유학 생활의 과정 전반에서 제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풀브라이트와 함께했던 제 박사과정의 여정을 간단히 나누고자 합니다.
미국에 나가기 전
유학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 박사과정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위해 여러 장학재단을 알아보던 중에 풀브라이트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부분은 풀브라이트를 선택하게 된 동기 중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제가 풀브라이트의 장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좋았거나 도움을 얻은 부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장학생 선발을 위해 이루어진 면접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면접이 쉽지 않았음에도,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제가 미래의 연구자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끝나고 난 뒤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면접관 교수님들께서는 영어성적이나 학점과 같은 정량적 지표 이상으로 지원자의 연구주제와 비전, 가능성을 중요하게 평가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동기들과 다 함께 모인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동기들이 미국에서 연구하고 싶은 각자의 주제들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둘째, 유학 지원 과정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점이 주는 장점들이 컸습니다. 이는 단순히 풀브라이트 측에서 미국 대학 몇 군데의 지원을 대행해주는 편의성, 그로 인해 지원 비용을 아끼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미국 내에서 잘 알려진 권위 있는 외부장학금의 수혜자로서 유학 지원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대학/학과 측의 재정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이점이 있고, 더 중요하게는 대학/학과의 입학위원회(admission committee)에 자신이 거둔 성취와 이를 가능하게 한 본인의 역량, 그리고 향후 더 큰 성취를 기대하게 만드는 잠재적 역량 모두를 증명하는 신뢰할 만한 시그널이 됩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가진 능력에 비해 과분한 학교에 진학해서 공부할 수 있었던 데에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풀브라이트를 통해 지원했던 부분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어드미션을 받고 미국으로 나가기 전 풀브라이트의 많은 분과 학문적, 일상적 교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유학을 앞두고 있던 2014년 봄에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 교수로 한국에 오신 미국인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장학생들을 위해 학문적인 글쓰기와 미국의 대학 생활에 대한 워크숍을 열어주셨습니다. 또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유학 중인 미국인 학생들과도 자주 교류하면서 각자의 연구를 발표, 토론하고 친목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풀브라이트의 네트워크 안에서 마련된 이러한 공식, 비공식적인 모임들에 참여하면서 미국에서의 학업과 생활을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을 했던 것이 유학 생활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나간 후
풀브라이트에서는 해외유학생들이 미국에 도착한 후 미국 사회와 학계, 일상생활과 문화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격적인 유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게이트웨이 오리엔테이션(Gateway Orientation)에 참석했었는데, 이를 통해 미국 문화에서 실수하기 쉬운 부분은 무엇인지, 미국 학계에서 유념하고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과 수월하게 대화를 끌어나갈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은 세계 각지에서 온 풀브라이터들과 짧지만 의미 있는 교류를 나누고 인연을 맺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4년 차에 방문연구자로 독일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던 우크라이나의 풀브라이터 친구와 반갑게 재회하기도 했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는 첫 2년 동안 저는 한 해를 마무리할 때마다 풀브라이트 담당자와 면담을 하고 학업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께서도 제가 박사과정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를 풀브라이트 측에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로 인한 책임감이 학위 과정을 더 성실하게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위 과정의 진행과 발전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유학 생활 가운데 여러 학문적, 현실적 애로사항들이 생겼을 때 풀브라이트에 문의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일종의 심리적 안전판이 생긴 것처럼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수혜가 끝난 3년 차 이후부터는 대학/학과로부터 전면적인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학위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마지막 해에는 첫 2년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것이 긍정적으로 인정되어 학과에서 수여하는 6년 차 펠로우십의 대상자로 선정되는 감사한 일도 있었습니다. 풀브라이트와도 꾸준히 교류하면서 비자 관련 문제, 세금 신고와 환급, 학위 과정 종료 후 귀국 준비 등의 절차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박사과정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풀브라이트로부터 받은 여러 가지 지원과 혜택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게 있어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 유학생으로서 제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어필할 수 있게 해 준 확실한 보증이었고,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학업과 생활을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학문의 길을 동행하는 국내외의 많은 동료/친구들과 폭넓고 튼튼한 네트워크를 쌓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이 학업에 뜻을 두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많은 분의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동문으로서 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