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Minseok Kang)
2023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Syracuse University

 

이 글을 읽는 미래의 험프리 동문들의 행운을 빕니다.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살다 보면 꿈꾸어 왔던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꿈꿔보지 못한 것들을 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 험프리 프로그램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내가 기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데에는 많은 행운이 따랐다.  

사실, 2023년 10월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Global Leadership Forum(GLF) 가서야 험프리 프로그램이 얼마나 대단한 프로그램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전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각 국가를 대표하는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비로소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그들 한 명, 한 명과 직접 대화를 하며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열정과 리더십에 감동하였다.  

만약 험프리 프로그램이 이렇게 대단한 프로그램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프로그램에 지원할 엄두조차 못 내었을 것 같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Fulbright 장학금은 잘 알고 있었지만 험프리 프로그램을 아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하였다. 물론 워싱턴D.C.에서 만난 많은 험프리 펠로우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험프리 프로그램 최종후보자는 영어 에세이와 영어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선발된다. 선발인원도 소수에 불과하고 준비과정에서 일반적인 국외훈련 선발과정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이렇듯, 돌이켜 보면 나는 잘 알지 못하였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운이 좋았던 게 나는 지원당시 기관 토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토플 시험과 동일한 유형인 줄로만 있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지원한 후 그 때부터 나는 일반 토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토플 문제집을 풀고, 원어민 인터넷 화상영어를 신청해서 말하기와 쓰기를 연습했다. 공부가 하기 싫은 날에는 그냥 잡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공부방법이 오히려 사전 영어 에세이 작성과, 영어 면접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물론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2차 영어 면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즉석에서 대답을 할 수 있는 훈련을 나도 모르게 해왔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누가 나에게 험프리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조언을 요구한다면 나는 이른 시기부터 말하기와 쓰기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할 것이다.  

 

현재 다양한 국외훈련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물론 그 중에는 2년짜리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나고 나서 생각해봐도 험프리 프로그램의 1년이 다른 프로그램의 2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험프리 프로그램은 장학금 수혜자를 대상으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처음 2개월은 캔자스 대학에서 어학과정을 운영하는데 학교 기숙사에 함께 머무르며 낮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주변에 맥주를 마시러 가거나 하며 어울릴 수가 있다. 캔자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10분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는데 이걸 준비하면서도 펠로우들이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끝났을 때는 함께 축하해주며 응원해주었다. 호스트 대학에 가서도 매주 한 두번씩 험프리 펠로우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호스트 대학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 지역의 시장을 만나서 대화할 수 있었고, 푸드뱅크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현지 대학교 수업에 참가해 한국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말한 워싱턴 D.C.의 글로벌리더십 포럼도 그러한 예시 중 하나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마지막 6주는 Professional Affiliation(PA) 이라 하여 미국의 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나는 현지 시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기간동안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다른 프로그램은 단순히 학비와 생활비만을 지원해주어 학교 수업을 듣는 게 전부라면 험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훨씬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다양한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캔자스에서 약 20여명, 호스트 대학에서 약 10여명의 험프리 펠로우를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 기간동안 그들과 대화하며  다양한 문화를 알게 되고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호스트대학에서는 현지 미국 가정을 연결해줘서 프로그램 기간동안 4~5번 그들 집에 초대받거나 그들을 초대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장담하던데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학교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해지거나 집에 초대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많은 경우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캔자스에서 다른 펠로우들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날 때마다 서로 응원의 의미로 허그를 해주였으며, 시라큐스에서는 무슬림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대화하거나 나도 모르게 인사의 의미로 악수를 청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내가 바뀐 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때로는 역문화충격(Reverse Culture Shock)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과 변화는 외국의 문화에 깊이 빠졌다 나올 수 있는, 오직 험프리 프로그램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험프리 프로그램 참여자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험프리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면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는 분들이라 쓸데없는 걱정일수도 있지만, 프로그램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추천한다. 우리 모두 조직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점잖게 행동하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져버린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다시 대학생시절의 순수함, 그리고 그때의 열정으로 돌아가기를 추천한다. 캔자스에서는 누구보다 다른 나라 펠로우들과 많이 어울리고자 노력했고, 시라큐스에서도 다른 험프리 펠로우들을 주도하여 학교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의 행정시스템에 대해서 발표를 하기도 했으며, 미국인들과 어울리고 싶어 현지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거의 매주 참석하기도 하였다. 겸손은 대한민국에서는 미덕으로 작용하지만, 캔자스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그러한 덕목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편, 나는 호스트 대학부터 아내와 동행하게 되었는데 아내 역시 같은 대학교의 어학과정을 등록하여 두 학기 내내 수강하였다. 이를 통해 아내도 세계 각국의 친구를 사귀고 영어를 익히며 1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 역시 프로그램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혹시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 이와 같이 어학과정을 등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래의 험프리 동문들 역시 1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고 미국의 많은 곳을 여행하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은 성장을 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