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nmok Kim

김관목 (Kwanmok Kim)
2015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Florida, Interdisciplinary Ecology (PhD)

성공적인 공동연구에 필수적인 스킬 

의사소통의 중요성 

간혹 세계적인 저널들에 실린 논문들을 보면 수십 명의 저자들이 있는 논문을 보게 된다. 메타분석이나 리뷰논문이 아니고 실험 논문인데도 말이다. 놀랍게도 이런 논문들은 생태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큰 관심을 받았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의견일치에 도달할 있었을까라는 막연한 궁금증이 생겼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연구는 펀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에서는 우리 연구실을 포함해 많은 연구실이 적지 않은 연구비로 운영되었다. 그렇지만, 연구실에 인력과 연구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연구는 미미했다. 나는 공동연구를 하기 위한 필요조건들을 알아 나가는 과정에서 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풀브라이트의 지원을 통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미국 유학을 통해서 만난 미국인들은 대화가 자연스러운 문화 속에 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미래의 협력자 (future collaborator) 를 모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문화를 기반으로 협업이 가능했다. (편의상 글에서는 의사소통, 토론 및 대화를 혼용했다) 

 

미국의 의사소통 문화의 근본은 토론 문화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토론 수업이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언어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동안 한국에서 토론연습을 충분히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교육청에서 나와 토론수업을 평가한다고 했을 , 선생님과 사전연습을 통해 미리 질문들을 선정해 시간에 맞춰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역시 대부분의 수업이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수업에 그쳤다. 토론이 가능했던 수업에도 제대로 된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아, 집단 토론은 10 내외로 이루어졌고, 모두가 토론 수업을 회피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토론 수업을 지양했는데, 그 이유는 토론을 이분법적인 개념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성 혹은 반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의 생각이 달랐을 느끼게 되는 불편한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토론수업에는 시간을 낭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색엔진을 이용해 답을 몇개의 문장으로 빠르게 정리하는 대신, 시간을 들여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에도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토론이 새로운 결과를 함께 도출해 나가는 학습의 과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개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인 것이다. 경관 생태학 (Landscape Ecology) 수업에서 최근 핫한 주제인 토지공유 (land sharing) vs. 토지할애 (land sparing)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에 식량 생산이 줄면서 경작지를 늘려야 하는데, 이것이 생물종 다양성에 악영향을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토지공유는 동물들도 함께 서식할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동물들이 좋아하는 식물을 함께 식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토지할애는 국립공원과 같이 동물을 위해 서식지를 제공함으로써 사람과의 서식지를 분리해야 하는 개념이다. 팀으로 나누어 일주일간 자료 조사를 하고 토론에 임했다. 토론의 결과는 한쪽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고재배 수종, 기후대, 그리고 국마마다 적합한 보전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코스타리카의 경우는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새들이 이용할 있는 식수를 함께 재배하는 것이 (토지공유 개념) 병해충 감소를 가져와 커피 생산량에 도움이 되었다. 한국과 같이 / 농사를 짓는 곳은 토지할애 개념이 종다양성과 생산량 극대화 시킬 있었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알게 것은, 토지할애를 통해 벼를 수확한 늦가을에 논에 물을 대면 (토지공유 개념) 겨울철새들이 휴식지로 이용할 있고, 겨울 철새들이 병해충을 취식해 후년에 대비해 방제효과를 얻을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 농사를 하는 나라의 경우 토지공유와 토지할애 개념을 각기 다른 시기에 적용할 있다는 것을 새로이 깨닫게 됐다. 이렇듯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이 모여 새로운 결과를 도출할 있었다.   

 

미국에서의 토론은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주장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편을 만들어 가는 장치였다. 미국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기 위해 친구들을 설득하는 훈련을 하다. 타인을 이해시키는 훈련을 통해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들을 늘려 나가는 것이다. 실례로 학교에 니오나치를 (neo-nazzi) 지지하는 학생 명이 스와스티카 문양의 완장을 차고 거리를 활보해 문제가 적이 있다. 인종차별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는 미국에서는 학생을 가만 놔둘리가 없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니오나치 학생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들까지 출동해 니오나치 지지자 명을 보호하고 나섰다. 학생들 백여 명이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일부 격한 학생들은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를 보호하냐고 반기를 들었다. 명이 인종차별을 두둔하는 거냐고 외치기 시작했고, 경찰이 니오나치주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쪽과 보호하지 않아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서로 밀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호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모두가 다양한 사상을 가질 자유가 있고 경찰이 발언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폭력이 아닌 대화와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소 과격했던 학생들은 이야기를 듣고 머쓱했는지 잠시 잠잠해졌다. 이렇듯 미국에서 대화와 의사소통은 자신의 편을 만들어 가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쓰이고 있었다. 대화를 통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지 알아내고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토론은 또한 본인의 가치관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기회이기도 하다. 학부생 TA 했을 이기적 유전자 Selfish Gene 문어의 영혼 Soul of the octopus 읽고 토론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 요약하자면, 생명체는 생존 번식을 (혹은 fitness) 최우선의 목표로 두기 때문에 그에 최적화된 행동과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 결과,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점차 생존에 적합하게 진화한다. 문어의 영혼 수족관에서 일하는 사육사와 전시된 문어와의 교감을 다룬 책이며, 동물에게도 인지 사고 능력이 있다는 내용이다. 책은 시각에 따라 일부 종교와는 반대되는 이념을 가진다. 미국에서 종교는 정치적 이념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에 (Republican 당이 기독교를 지지함) 생물학 토론이 종교를 넘어서 정치적인 토론으로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은 생물학 토론을 넘어서서 정치 종교의 차이를 발견하게 됐고,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문어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동서양의 음식 문화가 다름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자칫 얼굴을 붉히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감추지 않고 오히려 공개적으로 토론을 함으로써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게 됐다. 이처럼 토론은 서로 다른 이념이 공존할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수단이었다. 

 

다음으로, 자유로운 대화 문화는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수업 도중 교수님에게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중간고사 대비 예상문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 특정 시험문제가 부당했다고 건의하는 것, 지도 교수님에게 펀딩 여부를 질문하는 것, 휴가를 요청하는 것, 그리고 심지어 연구실을 옮기고 싶다고 학과장에게 건의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한국이었으면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될 법한 질문들이 미국에서는 자유롭게 던져지고 있었다. 편하게 질문하는 문화는 학교 밖 일상생활에서도 이루어진다. 미국에서는 연애 파트너에게 사랑표현 (love language) 을 물어본다고 한다. 사랑표현은 파트너가 자기한테 해줬으면 하는 애정표현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가령, 말로 사랑을 표현해주기, 물질적인 선물 받기, 함께 시간 보내기, 신체적 접촉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순위를 매겨서 파트너에게 알려주는 것이 요지이다. 유교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는 한국에서는 민망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하기 꺼려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사랑표현을 알고 있는 커플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보다 더 즐거운 연애를 하지 않을까. 이 외에도 “Would this make you feel uncomfortable?” 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들었다.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불편할 것 같은 것은 지레 하지 않을 텐데, 미국에서는 물어봄으로써 상대방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불확실성이 확실성으로 바뀌게 되면서 양쪽 모두 오해를 하지 않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편한 질문 문화는 오해를 종식시킨다. 

 

결국 이러한 문화는 학제간 연구 연구 협업과도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세미나 혹은 학술대회에서 다른 연구원들을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새로운 연구를 있는 미래의 협력자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원, 외국에서 들어온 연구원 신임 교수들이 발표를 경우, 자신의 연구와 연계가 가능하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자신의 학설과 반대되는 연구를 하는 연구원이 있을지라도 그들과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밝히는 연구를 함께 한다. 차별 없는 토론이 가능한 문화에서는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함께 연구하는 문화가 지배적이고, 이는 창의적인 질문들이 나오게 됐을 빛을 발하게 된다. 또한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의 인풋(input) 들어간 공동연구를 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구원들이 많이 포함된 논문들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풀브라이트의 도움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흔히들 생각하는 연구비, 미국인들의 열린 사고방식, 협업(팀플레이 능력) 같은 것들도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은 그들의 열린 토론 문화 (open communication) 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이러한 의사소통 습관을 체득하는데 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이 과학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러한 대화 습관은 스스로가 보다 나은 과학자가 있는 툴을 주기도 했고, 인간으로서 감정의 자유도 가져다 줬다. 지인들에게 감정 표현을 하게 됐고, 주변 지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물어보게 됐고, 심지어 인생의 의미를 되새김할 있게 됐다.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떠났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유학은 환희의 순간이기도, 이렇게 자기 자신을 냉혹하게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때로는 굉장히 외롭고 처절하고 민망하며 절망스럽기까지도 했다. 하지만 이게 인생사 아니겠는가. 후배 풀브라이터들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탔으면 한다. 끝으로 30대를 풍성하게 해준 풀브라이트 재단에게 감사드린다 

 

2015 8월에 출국해서 박사와 포닥을 마치고 2023 12월에 입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