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Jihon Kim)
2023 Fulbright Postdoctoral Fellowship Program
Harvard University, Political Science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풀브라이터(Fulbrighter)가 되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여러 존경하는 교수님들이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으셨고,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자주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부 졸업 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입사하면서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문화유산 국제법 연구에 뜻을 가지고 석사와 박사 과정에 진학했지만 계속 국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2021년 박사를 마치고 더 많은 연구 기회를 알아보던 중 풀브라이트에 포스트닥 장학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유네스코의 설립 멤버 중 하나이자 내부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협약을 어떤 국내법과 제도로 이행하고 있는지, 그것이 박물관과 유산지역과 같은 현장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군함도, 위안부 기록물 등 한국과 일본의 문화유산을 둘러싼 유네스코 내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가지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심화된 연구와 분석을 진행해 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제게 가장 매력적인 장학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부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과 느낌

지원 당시 저의 재직기간과 연구경험을 고려했을 때 교수/전문가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할 자격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포스트닥 장학 프로그램은 지원자격이 박사 학위 취득 후 4년 이내로 제한되므로 학위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게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이셨던 여러 교수님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호스트 기관이 될 대학과 연구소도 적극 찾아보았고, 추천을 통해 컨택하기도 했습니다. 서류 합격 후 면접에서는 제 연구주제가 미국에 대한 것이라(미국 문화유산 법제도 이행)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수혜자로 선발된 후에는 한미교육위원단의 체계적인 오리엔테이션과 지원 덕분에 차근차근 유학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호스트 기관에 최종적으로 연락했고, 곧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건강검진, 비자 신청 등 한국에서의 준비는 한미교육위원단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잘 진행할 수 있었고, 현지 집 구하기 등은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참고했습니다. 함께 장학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동기들과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상부상조를 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하버드대학교 아시아센터에는 많은 방문학자들이 있지만, 풀브라이터들에게는 더욱 신경을 써 주셨던 것 같습니다. 가끔 단기 방문 연구자들과 함께 하긴 했지만, 거의 단독에 가까운 연구실을 배정해 주었고, 학교생활의 여러 소소한 것들까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호스트 교수님의 제자로 있는 한국 학생들로부터는 도서관 이용 팁, 하버드 구성원을 위한 혜택 정보 등도 많이 전수받을 수 있었습니다. 호스트 교수님의 강의 청강도 유익했지만, 아시아센터와 한 식구를 이루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센터 및 옌칭 연구소, 그리고 제 전공과 관련된 케네디 스쿨의 수많은 특강들은 연구자로서 정말 귀한 배움을 얻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새로운 학자들을 만나며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들의 연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버드의 세계적인 교수진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연구에 매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특강과 세미나 등을 통해 많은 연구자들 및 학생들과도 활발히 교류했습니다. 호스트 기관에서 개최해주신 저의 토크 행사를 비롯하여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 정치외교학생회 조직 국제세미나 등 학교 내 여러 행사에 연사로 초청받아 저의 경험과 지식을 나눴으며, 참여한 전문가와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OLF(Outreach Lecturing Fund)라는 미국 내 다른 대학/기관 강의 지원 제도를 통해 뉴욕주립대에서 수 차례 특강과 워크숍을 진행했고, UC California 교수진들과 학생을 대상으로는 유네스코의 문화재 환수협약과 미국 박물관의 이행 현황, 한국의 환수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나누었습니다.   

유학 기간 중 조선일보의 일사일언 코너에 석 달 간 기고를 했습니다. 풀브라이트 방문학자로서 기고한 10여 편의 글에서는 미국의 문화와 정책, 한류 등 유학 생활에서 관찰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보스턴은 미국 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인만큼 문화적 인프라가 좋은데, 보스턴박물관의 여러 전시를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발레,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이벤트들은 글에 좋은 영감이 되어주었습니다. 보스턴의 풀브라이터들을 위한 환영/환송 행사, 농구 경기 관람, 자원봉사 활동, 유적지 탐방 등을 진행하는 World Boston의 여러 프로그램 덕분에도 풍성한 유학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3)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전통과 권위, 좋은 혜택 등으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모든 연구자은 제가 풀브라이터라고 하면 다들 축하와 환영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풀브라이트의 이름은 묻고 따지지 않는 보증 수표처럼, 연구자 개인에 대한 가장 큰 명함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풀브라이터가 되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이 됩니다. 풀브라이터 간 도움과 협력은 생각보다 굉장히 끈끈했습니다. 저 역시 보스턴의 풀브라이터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연구 영역과 주제를 생각할 수 있었고, 그들로부터 연구 외적으로도 보스턴 생활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저도 후배 풀브라이터들에게 제가 받은 따뜻함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4) 예비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의 취지가 한국과 미국의 문화/교육 교류인만큼 풀브라이터로서 본인의 연구를 통해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 계획서 작성 시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주변의 풀브라이터들에게 많은 조언을 받으시기를 추천합니다. 호스트 기관에 연락할 때에는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지 마시고 자신 있게 메일을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미국 대학과 기관에서는 모두 잘 알고 있으며, 많은 환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합격한 후 미국 현지에서 풀브라이터로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며 동료 연구자들과 더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고, 그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포스트닥 장학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앞으로 연구자로서의 길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시고, 미리 계획하셔서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시길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