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수 (In Soo Oh)
2021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University of Hawaii-Manoa
대학 교수라면 누구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연구하는 꿈을 꿔보지 않을까 싶다.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동료를 보며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일을 하는 대가로 받는 Assistantship과 달리 오로지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Scholarship의 차이를 실감하면서 말이다. 교수가 된 이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낸 선배 교수님을 통해 다시금 더 고무되어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1차적 지원 동기는 장학금을 수혜할 경우 미국에서 연구할 때 직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훨씬 줄어드는 점이었다. 2차적인 동기는 풀브라이트 학자로 선정되었다는 영예와 의미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학술과 문화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두 가지 동기 모두 중요하겠지만 프로그램을 마치고 보니 2차적 동기의 가치를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가 한창인 상황에서 어렵게 대면 면접을 봤던 기억이 새롭다. 오랜만에 영어 면접, 그것도 평가를 받는 입장에 서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놀란 것은 면접관의 질문들이 연구계획서를 매우 세심하게 읽지 않고서는 던질 수 없었던 점이다. 한편으로 놀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연구를 하게 되면 그 만큼 인정을 받게 되고 동시에 기대도 높아진다. 내가 소개되는 장면에서 대부분 Fulbright Scholar라는 호칭이 덧붙여졌다. 그리고 이 호칭은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다른 학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연구를 소개하거나 연구 대상을 섭외할 때에도 이 호칭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Identity 때문인지 연구 기간 동안 줄곧 내가 하는 연구를 좀더 완성도 높게 수행해야 겠다는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하와이 대학의 한국학 센터의 초청으로 연구를 수행했는데 하와이는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주에 속한다. 아마도 생활비가 낮은 주에 비해 많게는 2배 가까이 비싸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안의 비율이 높고 오랜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하와이의 독특한 상황은 내 연구(Cross-Cultural Kids의 문화적응 스트레스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높은 물가를 감안했을 때 하와이에서 연구년을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솔직히 장학금을 수혜하지 못했다면, 하와이를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아마도 차선책으로 다른 주를 선택했을텐데 그랬다면 연구 주제의 특성상 연구 수행이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내가 수행하고 싶은 연구에 좀더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후로 몇 몇 후배 교수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솔직히 나도 내가 왜 선정되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 명쾌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연구실적이나 영어구사능력과 같은 일반적인 연구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지난 10년간 미국 대학과 꾸준하게 교류를 하면서 연구주제를 발전시킨 경험을 평가자들이 높이 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 교류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연구주제를 접목시켜 왜 이 연구를 미국에서 수행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었던 점이 차별화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