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연 (Hae Yun Jin)
2016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Iowa State University, English Education (PhD)
6년 반 전 여름. 큰 이민가방을 들고 인디애나 폴리스 공항에 내렸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제 미국 박사 유학의 첫 걸음은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서 열렸던 2박 3일 간의 풀브라이트 Gateway Orientation이었습니다. 연고도 없는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연대감,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풀브라이트.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세계 각국에서 온 동료들과 여러 일정을 함께 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내 오랜 여정의 첫 단추를 풀브라이트와 함께 잘 채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단순히 일개 대학원생이 아니라 풀브라이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박사과정에 임해야겠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박사과정을 무사히 끝마친 지금 그 때 느꼈던 감정이 틀린 것이 아니었구나 실감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마쳤고, 특히 제 2 언어로서의 영어 글쓰기 학습 및 평가, 코퍼스를 활용한 영어교육 및 연구, 그리고 영어 교육공학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영어를 제 2언어 혹은 외국어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영어 글쓰기 학습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영어의 본고장인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제 연구의 깊이를 증진시키는데 더 없이 중요한 기회이자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에 미국에서의 박사과정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 박사과정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첫 단계부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에 지원할 당시에는3개 프로그램까지 풀브라이트를 통해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박사 프로그램에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인정 받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든든한 타이틀을 달고 지원한다는 데 장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장 가고 싶었던 우선순위 프로그램 세 군데에 풀브라이트를 통해서 지원했고, 원하는 곳에 합격 오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자로서 미국에서 공부하는 대학원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학비와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고 오롯이 연구,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학교의 응용언어학 프로그램은 5년 졸업자가 드물다고 할 정도로 코스웍 이수 학점이 많고 이수 과정의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박사과정 초반 2년의 기간동안 학기당 최소 4개씩 수업을 듣고, 퍼블리케이션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장학금 수혜를 받은 덕분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TA/RA 부담 없이 코스웍 이수와 연구에 집중하고, 학과 친구들과 친분도 쌓으며 낯선 시골 대학도시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던 초반 2년이 제 박사생활을 통틀어 가장 감사한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의미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풀브라이트’라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갖는 명성과 소속감 때문입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곳은 Iowa State University의 Applied Linguistics & Technology (응용언어학) 프로그램입니다. Iowa주의 아주 작은 대학도시인 Ames라는 곳에 위치해 있는 학교입니다. 영어평가와 영어교육공학 분야에서 유명하신 지도교수님과 프로그램의 명성을 보고 선택한 곳이었지만, 대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흔한 한국인에게는 다소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전형적인 중서부의 시골 도시였습니다. 소규모 대학도시의 특성상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없고, 한국 식당조차 없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인 유학생으로서 처음 적응하는 것은 대도시에서 유학하는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학과 친구들 외의 인간관계를 맺고 적응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캠퍼스 내 풀브라이트 커뮤니티였습니다. 분기별로 이루어진 정기모임, Thanksgiving과 같은 특별한 날 이루어진 여러 문화 행사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맺어진 풀브라이트 선후배간의 든든한 커넥션은 논문 작성 과정에서 학업적인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박사과정 내내 제가 심적으로 ‘기대고 의지할 곳’이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박사과정 후반부 2년동안 이어진 팬데믹 상황에서 동료 풀브라이터들과의 끈끈한 인연은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캠퍼스 내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 내 다른 주에서 열린 다수의 학회 모임에서도 풀브라이트 alumna라는 사실은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대학원생 그리고 교수님들과 조금 더 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이 점은 다른 어떤 대학원 장학금 수혜자도 누릴 수 없는 풀브라이트 장학생만의 특권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6년 반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제가 박사과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던 여러 동인들 중에 풀브라이트를 통해 그간 맺은 인연들, 그들과 함께 교류하는 과정에서 저를 성장하게 한 소중한 경험들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지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수업을 듣고, 연구하고, 일을 하는 대학원생의 삶은 단순히 학업에 대한 열정만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풀브라이터로서 맺은 인연들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또 저와 같이 새로운 꿈을 펼치실 예비 지원자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원을 금전적인 도움을 얻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대학원 1년 혹은 2년 간의 학비를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평생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세계 풀브라이터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꼭 장학생이 되셔서 풀브라이트가 선사하는 엄청난 네트워크와 경험의 기회를 누리시기를 바라며,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