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혁 (Gahyeok Lee)
2021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Arizona State University, Walter Cronkite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A. Pre-Training
2021년 6월 1일부터 7월 27일까지 캔자스주립대(University of Kansas)에서 진행된 Pre-Training은 영어소통능력 강화와 미국 정치·경제·문화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 증진이 중점이었습니다. 총 8주 동안의 교육 기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Writing, Presentation Skills, Research Skills 등 필수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지역 신문사 탐방, 중서부 대평원 목장체험, 캔자스시티 투어, 캔자스대 저널리즘스쿨 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캔자스대 저널리즘스쿨인 윌리엄 앨런 화이트 스쿨(William Allen White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s)은 지난 2019년 500만 달러(57억 원)를 들여 시설을 탈바꿈 해 최신 실습 시설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학생들이 온라인 방송을 만들며 실습교육을 받는 스튜디오에는 프롬프터가 구비된 카메라 3대와 크로마키존이 갖춰져있습니다. 캔자스주립대가 자리한 캔자스주 작은 도시 로렌스(Lawrence)의 대표 지역신문 로렌스저널월드(Lawrence Journal-World) 편집국을 견학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기자가 10명뿐인 ‘시골신문사’이지만 1892년 설립돼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풀뿌리 언론사’이기도 합니다. 종이 신문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신문사는 ‘독자 맞춤형 부고기사’, ‘대학 스포츠 콘텐트 확대’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8주 동안의 Pre-Training은 각자 전문분야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주제 발표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저는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코너를 진행하며 가졌던 의문점을 바탕으로 <The Reason for Sharing Misinformation about COVID-19 on Social Media> 라는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인증사로 공신력을 확보한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B. Main Program
캔자스에서 Pre-Training을 마친 후 애리조나주 피닉스 다운타운에 있는 애리조나주립대 월터크롱카이트 저널리즘 스쿨(Walter Cronkite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at 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 본 연수프로그램인 험프리 펠로우십(Humphrey Fellowship)을 진행했습니다.
월터크롱카이트 저널리즘 스쿨은 애리조나주립대(ASU)의 단과대학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단과대학으로 꼽힙니다. 미국 내 각종 대학 순위 발표에서 저널리즘 스쿨 전국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떠오르는 강자’로 불립니다. 최근에는 투자를 더욱 활발하게 하고 공격적으로 교수진을 채용하고 있는데,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장 출신, CNN 앵커 출신, 월스트리트저널 도쿄특파원 출신 등 실전 경험이 많은 언론인 출신 교수진이 최근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애리조나주 지국인 Arizona PBS가 이 대학 건물 내에 입주해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덕분에 재학생들이 실습 수업이나 방학 중 인턴십을 계단 한 층만 올라가면 나오는 Arizona PBS에서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또 고학년 학생들은 직접 CN NEWS라는 저녁 종합뉴스를 제작해 Arizona PBS 채널을 통해 공중파로 내보냅니다. 실습을 넘은 실전인 셈인데, 아마추어인 학생들이 실제 보도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오보나 각종 돌발 상황은 기자 출신 교수진들이 데스크 역할을 맡는 방식을 통해 미연에 방지한다고 합니다.
ASU에서 진행된 험프리펠로우십 본 프로그램은 크게 학과 수업, 교류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학과 수업은 험프리 세미나(Humphrey Seminar)라는 과목을 의무 수강하는 것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가량 강도 높게 진행됐습니다. 현직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강의를 맡으며 리더십, 문제해결, 미디어 등 3가지 키워드가 중심입니다. 토론과 발표가 주된 수업 방식이며 매 수업이 끝나면 수업 내용과 관련 자료 연구 내용을 반영한 Reflection Paper를 의무적으로 제출 해야합니다. 이 수업에서는 워싱턴포스트, 프로퍼블리카 등 미국 유명 언론사의 현직 언론인을 연사로 초청해 ‘현업자의 고민’을 듣고 함께 토론하기도 합니다. 특히 퓰리처상을 연속 2회 수상해 유명세를 탄 비영리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기자 2명을 초청한 시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험프리펠로우십은 중간급 전문가(Mid-Career Professionals)가 선발·참가 대상이기 때문에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지식을 나누는 역할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이 저널리즘스쿨 학부생 대형 강의에서 한국의 미디어 상황과 JTBC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미국 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여서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강의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와 JTBC의 채널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JTBC가 글로벌 소비자와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지 등 깊이 있는 질문을 했습니다.
험프리펠로우십은 강의실에만 머물지 말고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13개국 출신 14명의 언론인 펠로우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한 학업 이외 활동도 장려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펠로우십을 소개하는 영상을 기획·촬영·편집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거나, 피닉스 지역NGO와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험프리펠로우십의 하이라이트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미국 국무부가 후원하는 글로벌 리더십 포럼(Global Leadership Forum 2021)입니다.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4박 5일간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공공의료, 기후변화, 인권, 언론자유, 경제개발, 교육 등 6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선발돼 미국 각 대학에서 연수 생활을 하던 160여명 험프리펠로우들의 다양한 시각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마인드를 배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봄학기 역시 험프리 세미나(Humphrey Seminar) 의무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매 수업시간마다 국제 현안에 대한 뉴스를 보고 토론하는 세션을 약 40분 동안 진행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거의 매주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습니다. 특히 험프리펠로우 동기 중에 BBC 러시아 지국 기자와 중국 봉황사 지국 기자 출신이 있어 이 사안을 둘러싼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 미디어 보도 현황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저널리즘스쿨 내 자체 행사 중 하나인 Cronkite Global Week 토론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회문제를 주제로 삼아 각자 자기 나라의 현황과 해결책을 발표하고 공동 대응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취지로 열렸습니다. 제가 참여한 토론 주제는 이민자 문제였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불법체류자 문제·난민문제를 두고 사회 구성원 간 이견이 큰 상황이고, 특히 올해 초에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입국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있었던 점을 예로 들어 발표했습니다. 미리 원고를 준비할 수 있는 주제 발표는 물론이고, 사전 조율 없이 청중과 벌이는 자율 질의 응답을 통해 실전 영어 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험프리펠로우십은 Professional Development를 적극 권장하고 이를 위한 활동비를 일정 부분 지원해줍니다. 주로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한 학회나 전시회 참여에 이 비용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저는 4월 말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 장비 박람회 NAB Show 2022에 참석했습니다. 당초 지난해 가을 개최 예정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반년 가량 연기되었고, 올해 4월 말 미국내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 덕분에 ‘실내 노 마스크’로 진행됐습니다. 조명, 마이크, 스튜디오 대형 LED 월, 뉴스 중계 장비, 드론, 영상 관리 통합 소프트웨어, AI 등 크고 작은 방송 장비와 기술이 총망라된 전시회였습니다. Sony, LG, Adobe 등 글로벌 기업들도 전용 전시관을 만들어 바이어와 방송 관계자들을 사로잡기 바빴습니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대규모 실내 전시회가 큰 탈 없이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4월 27일 험프리펠로우십 수료식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ASU 연수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C Professional Affiliation
학과 수업 일정이 마무리된 4월 말부터 귀국 직전인 6월 초까지는 험프리펠로우십 수료를 위한 의무 사항 중 하나인 전문교류(Professional Affiliation)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인턴십과 비슷한 형태로 미국 현지 기관에 소속돼 한 달 가량 직접 업무를 하는 활동입니다. 미국 현지 기관의 업무 문화, 의사소통 방식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활동의 목적입니다. 저는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를 맡았을 당시 인연을 바탕으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에서 활동했습니다. 본부 위치는 플로리다주이나 팬데믹 상황을 감안해 애리조나주립대가 있는 피닉스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줌미팅이나 이메일 소통을 하며 글로벌 업무 역량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D. 소감
연수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 2월 애리조나주 Prescott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Yavapai Community College를 방문했습니다.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뉴스를 어떤 경로로 접하는지 물었습니다. 같은 테이블이 앉은 학생 6명 모두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를 꼽았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뉴스 앵커로 꼽히는 NBC Nightly News의 Lester Holt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6명 중 4명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문을 닫은 CNN+ 소식은 미국 저널리즘 학계에서도 충격적인 뉴스였습니다. 방송뉴스의 표본처럼 여겨지는 미국 역시 새롭게 쏟아지는 플랫폼과 기술 속에서 급변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언론계 역시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임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미래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ASU 월터크롱카이트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을 보면서 부러움도 느꼈습니다. ‘영어권 시장’에 바로 뛰어들 수 있다는 점도 부러웠지만, 대학교에서부터 내러티브 글쓰기, 팟캐스트 운영, 방송 리포팅, 영상 편집 등 매우 실용적인 능력을 최고 수준의 시설을 사용하며 일찌감치 배우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서울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애리조나의 광활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험프리펠로우십 기회를 주신 한·미 양국 정부와 풀브라이트 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