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민 (Young Min Oh)
2014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ESF,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icy (PhD)
아. 너가 플브라이트구나!
유학 기간 내내 나를 따라 다녔던 말이다. 나에겐 이 말에 엄청난 무게와 자랑스러움, 그리고 책임감이 담겨있다. 나는 평생토록 공부는 시험을 위해서만 하던 수동적 학습자였다. 누구도 믿지 않을 우연의 연속으로 플브라이트 박사과정 장학생이 된 뒤에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석사가 있었기에 동일 학위가 아닌 상위과정을 지원해야하는 플브라이트 규정때문에 박사과정에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과 관련된 공부는 꾸준히 했지만 아카데믹한 연구와는 너무 거리가 먼 생활을 했기에 두려움이 컸다.
직장 내 장학기회를 꿈꾸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두 달 가까이 병원에 누워있었다.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유학신청도 제대로 못해보고 닫힌 기회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 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남편 친구의 권유로 설마 내가 될까하고 지원했는데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전혀 기대치 않았던 박사과정까지 하게 되었다. 이 모든 우연과 기회들 앞에서 그냥 돌아설까 여러번 고민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박사과정은 플브라이트와함께 정말로 fully bright할 수 밖에 없는 반 강제적 시간이었다. 내가 간 시라큐스의 맥스웰스쿨과 뉴욕주립대 환경산림대학원은 미국의 오래된 랜드그랜트 스쿨 중의 하나로 두 학교는 사실상 하나의 캠퍼스와 학제를 공유하며 움직였다. 두 과정을 동시에 하면서 엄청난 리딩과 토론, 발표와 라이팅 과제 앞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내가 들어가는 수업의 모든 교수님들이 이 말을 했기 때문이다. “너가 플브라이트구나” 이 말 앞에서 대충 어떻게 중간만 가보자는 나의 생각은 부끄러워질 수 밖에. 학문적으로 무지했던 나를 이끌어준 박사과정 모든 수업과 토론 모임의 지도 교수님들, 맥스웰 스쿨과 뉴욕주립대 환경대학원 교수님들, 나의 박사과정 커미티 멤버가 기꺼이 되어주신 감사한 분들. 그 분들이 내가 한마디 한마디 하는 모든 말에 경청해 주시고, 미국 학생들과 해외 여러나라에서 온 유능한 학생들 앞에 설 기회를 주시고, 나를 존중해 주셨기 때문에 그 에너지로 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연으로 가장해주신 많은 기회들이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연결고리 사이사이마다 나를 ‘이끌어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모든게 이름값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했던 것같다. “그래, 나는 지금 너무 부족하지만 이 이름에 누가 되면 안되겠다. 적어도 최선을 다해보자” 그 마음을 가지고 나를 이끌어준 이름에게 감사한다. “Fulbright” 내 뒤에 무수히 따라올 다음과 그 다음의 후배들도 이 이름을 더 반짝반짝 빛나게 하리라 믿으며, 이 글을 쓰는 내내 자랑스러움과 감사함을 다시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