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택남 (Tecnam Yoon)
2020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Texas Tech University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 펜데믹의 영향은 우리 사회의 전반을 바꾸어 놓았다. 물론 교육분야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당초 2020년 9월부터 예정되었던 연구년은 코로나 상황 악화에 따른 호스트 기관의 거부로 일정과 기관 변경이라는 큰 시련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고 하였던가, 인패위공의 결정체인 풀브라이트 정신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곳(텍사스)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예정보다 다소 늦게 시작된 연구는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이어졌으며 오히려 이 시기는 모든 공립학교가 대면으로 전환되어 강의실에서 face-to-face로 수업이 진행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교육대학교에서 초등영어교사를 양성하는 교사교육가로서 공립 학교방문과 수업참관, 수업협의회 및 PTA 참여와 같은 기회는 그 어떤 자료수집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영어를 외국어로서 학습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 가장 이상적이며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 고안을 위해서도 아울러 교사교육 프로그램의 모델링을 위해서도 이는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었다.
텍사스는 하와이와 알래스카 주를 제외한 본토에서 가장 광활한 주이며 인구는 약 3천만,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7배 규모이다. 오죽했으면 “Everything is bigger in Texas.”라는 말이 존재할까? 다만 여기서 규모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넓은 영토 가운데 동남부에 위치한 주요 대도시(Dallas, Austin, San Antonio, Houston 등)를 제외하고 서북부 지역은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도서산간벽지 지역이 존재하고 지역에 따른 학력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텍사스 서북부지역의 교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는 매우 시기적절 하였다고 생각하였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학습자는 공교육을 통해 지역격차나 사회문화적, 사회경제적 요인과는 무관하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이번 텍사스 서북부 지역의 교육현장 방문과 호스트 기관 교육대학원 교수님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교육의 질이나 형평성 및 기회에 있어 차이가 발생 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특히 영어를 제2언어로 습득하는 학습자들을 위한 영어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서북부지역의 공립학교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장교사 대다수가 현 근무지 인근지역 출신으로 지역사회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미래 지속가능한 교육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개인연구의 관심사를 넘어 우리나라 영어교육, 특히 소외계층(marginalized)을 위한 교육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텍사스 서부지역의 교사교육 프로그램은 앞으로 우리나라 교사교육에 필요한 핀포인트를 시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연구년 동안 교사교육에 대한 어전다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한국과 미국 양국의 공교육이 지향하는 바와 그에 대한 가치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이번에 교류한 호스트기관 교수님들은 영어교육 전공자는 물론, 교육대학원 소속의 교과교육전공자들로서 교사의 본과 교육철학, 가치와 태도에 대하여 뚜렷한 신념이 있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세미나 후 한국교육사상에 대하여 논할 기회가 있었는데 뜻밖에도 다산 정약용 선생을 아는 이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조선의 교육체계와 철학 등을 함께 공유하기도 하였으며 텍사스에서 조선시대의 대학자이자 유네스코(UNESCO)가 선정한 세계 기념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뜻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토론에 참여하였던 교수님들과 그 궤를 함께 했던 부분을 잠시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생각은 마땅히 맑아야 하며, 용도는 마땅히 단정해야 하며,
언어는 마땅히 정중해야 하며, 동작은 마땅히 신중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서양을 떠나 정약용 선생이 품고 주장했던 바는 2021년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고 있음을 느끼는 기회였으며 전율과 감동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비록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였던 연구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 이상 많은 것을 깨닫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본인의 연구분야에 대한 집중적이며 심도있는 연구, 미국내 유수 학자들간의 학문적 교류와 협업을 통한 발전은 물론이며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가치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반 장학재단의 지원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한 인간으로서, 학자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한단계 성장하고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안목과 시각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혹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본인의 주요 연구 관심사는 물론 그로 인해 변화를 가져올 미래의 긍정결과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셨으면 한다. 아울러 한미양국 간 교육, 문화를 연결하는 디딤돌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하신다면 준비된 Fulbrighter가 되시지 않을까하는 조언을 감히 드려본다.
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보다는 여전히 문법과 어휘력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영어교육은 권의지계로 전략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로써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할 때도 긴 미래를 내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영어교육 정책수립에 있어 이번 연구년 동안 습득한 정보가 차후 우리나라 영어교육정책 발전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