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Tae Hyoung Gim)
2019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Portland State University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한 때에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어 원래 계획한 대로 일을 풀지는 못했을지라도 비상 상황에서만 가능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은 미국, 그리고 호스트 학교인 포틀랜드주립대(Portland State University)가 위치한 오레곤주의 일일 확진자 수가 극적으로 증가하던 2020년 12월 말에 시작해 2021년 8월 4일까지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다.
코로나가 미친 가장 큰 단점으로서 호스트 학교만이 아니라 주변 학교, 그리고 특히 미국 학술단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였으며, 도시계획이라는 전공의 특성상 각종 도시 및 지역계획 기관과 각급 정부와 다각도의 교류를 기대하였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 폭과 깊이가 한정적이었다는 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의사소통 플랫폼을 통해 어느 정도 이러한 네트워킹 부분의 문제는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단점은 호스트 학교 시설 중 이용 가능한 부분과 이용할 수 없는 부분이 나뉘었다는 점이다. 편의 및 운동시설의 이용이 제한적이어서 다소간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겪은 것은 아니지만 가족과 동반하시는 교수님의 경우에는 반려자와 자녀들이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생활상의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첫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연구년을 연구년답게 보냈다는 점이다. 특히 풀브라이트 기간 국제학술지에 10편의 논문을 싣고, 미국,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으며, 2개의 국제 공동연구와 3건의 국제학술지 특별호를 추진하게 된 것은 큰 성과이다. 논문들은 지역학, 도시과학, 지속가능발전, 환경 및 교통계획, 안전, 보건, 웰빙 및 개발, 방재 분야의 우수 저널에 게재가 판정을 받거나 온라인 게재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호스트 교수님과 향후 연구과제를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현재도 공동으로 논문을 집필 중이다. 다른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공통으로 느끼는 장점으로서 일반적인 연구년 방문 교수와 비교해 풀브라이트 방문 교수는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만큼이나 프로그램 과정 중이나 이를 마친 후에도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전공이 도시계획인지라 코로나19 상황에서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의 역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수 있었으며, 팬데믹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인식과 행동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특히 팬데믹 절정 기간부터 백신 보급 전반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은 매우 만족한다. 도시계획이 상아탑 속의 학문이 아니라 실무를 중시하는 현실 중심적인 학문인 만큼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점은 소기의 성과이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혜택은 수혜 기간 금전적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명성은 미국 내에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 장학생으로서 호스트 기관도 영광으로 생각하여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호스트 학교에는 특히 2021년 상반기의 경우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예년과 달리 많지 않아서 학교 내의 교류는 많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내에 있는 관련 전공 교수와 교류하는 기회가 상당하였다.
더불어 호스트 교수님 연구실 학생들과 매주 그룹 회의를 통해 상호학습을 하는 경험은 향후 석박사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의 다양한 경험과 관심사, 능력을 고려한 맞춤식 지도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호스트 학교 봄학기를 마치고 귀국 전 2주 동안은 미국의 쇠퇴도시인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영스타운 등을 답사하였다. 책과 논문, 사진으로만 확인하였던 부분을 실제로 경험한 부분은 마치 의사가 책으로만 익히던 지식을 수술 등 임상을 통해 알게 되는 것과 비등하다. 문제점과 각종 대안 프로그램을 외부자로서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뿐더러 나 자신의 연구주장에도 더욱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부수적인 장점은 지역에서 이웃과 친구를 사귀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미국식 파티를 즐기고 함께 여행과 캠핑, 투어를 다닌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다. 이를 통해 미국 일반 가정이 생각하는 이슈를 접하고 한국 상황과 비교하게 된 것도 생각지 못했던 수확이다.
교수로서 연구년을 갖는 기회는 여러 차례이다. 반드시 계속해서 지원해서 선정의 영예를 거두기를 바란다. 지원 준비와 선정, 수혜기간 동안 생각지도 못한 금전적, 비금전적 혜택이 무궁무진하다. 본인도 기대하는 바는 향후 있을 선배 모임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과 발전이다.
풀브라이트의 설립 취지이기도 한 부분으로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한국과 미국 양국의 학술 및 문화 교류의 대사로서 역할을 하여야 한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분과 함께 종종 망각되는 부분이 문화 교류이다. 미국의 문화를 학습하고 한국에 적용하는 것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역할도 또한 중요하다.
호스트 교수 및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것과 함께 휴식 시간에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각종 도시와 지역의 특색을 잘 나타내는 영화를 종종 보았다. 20년 전 박사 학위를 위해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매우 향상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수학을 좋아하는 근면한 노동자로서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다소간 정확하게 나타내는 모습에 실로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점점 과거 한 방향의 공여와 수혜 관계에서 벗어나 쌍방향의 호혜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점점 미국 내에서 주류 문화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향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발전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장학생과 교수들은 같은 해에 선발된 동료들과 교류를 깊게 하기를 바란다. 2020년 대상자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교류의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전공이나 학교/직장이 결정되면 다른 학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기회는 생각보다 매우 드물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이고 그 타이틀이 평생에 걸치는 만큼—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교수임을 주요 업적으로 기술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동료 전문가와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할 것이다. 인공지능, 플랫폼 경제, ICT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융복합이다. 풀브라이트가 미래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