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주 (Sungjoo Choi)
2020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University of Georgia
연구년을 더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연구 지원이 가능한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년 동안 진행할 연구는 박사 논문 이후 가장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연구라 믿었고 또 그만큼 완성도도 높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배 연구자들께 조언을 구한 결과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대한 평판이 우수하고 기관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은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장학금 수혜를 위한 경쟁 역시 높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본 연구에 대한 구상을 오래 전부터 해온 덕에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고 연구에 대한 확신도 있었던 탓에 자신 있게 풀브라이트 장학금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장학금 수혜 결정이 있기 까지 긴장되었고 또 간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수혜 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 이미 연구를 완성한 듯 기뻤고 또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에서 장학금을 수혜하고도 출국이 불가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한 연구를 진행할 수 없게 될 가능성 때문에 큰 실망감에 시달렸습니다. 다행히도 풀브라이트에서 장학금 수혜를 1년 유예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었고 다행히도 2021년 여름 장학금 수혜와 함께 연구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미국 도착 후 1분 1초가 소중했습니다. 다만, 코로나 상황으로 미국 내 호스트 기관의 상황 역시 코로나 전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항상 열려있던 연구실은 닫혀 있었고 열띤 토론으로 시끄럽던 복도도 휑하니 비어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낯설었지만 다른 방법으로 연구자들을 만나는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이메일로 먼저 선약을 하거나 화상 미팅을 통해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방법은 달라졌지만 연구자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여전하다는 점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국제 학회를 참석한 기회도 매우 소중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다소 완화되면서 대면 학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만에 만나는 세계적 석학들과 연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네트워킹을 하면서 연구에 대한 열정을 더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 및 아쉬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연구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 매우 컸습니다.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예전 습관을 포기하고 여러 장소에서 융통성있게 연구를 진행하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의 효율성이 다소 저하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서베이를 통한 실험설계를 진행하는 연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장학금의 규모가 좀 더 커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국제학회를 참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구년 동안 국제학회 참석은 아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국제학회 참석을 위한 비용 지원도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연구 외 생활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한국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학교를 벗어나면 아직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와 동반하는 연구년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학교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같은 학문 분야의 연구자가 아닌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 알 수 있었고 한국의 공교육 및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아이의 경험에 따르면 아직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교 내 한국에 대한 문화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고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한국이라는 국가와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 및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선정하여 일주일 간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아이의 친구들의 학부모들과 만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한국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달랐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온 외국인에 대한 배려와 호기심은 높은 편이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있음에 새삼 놀랐고 또 관심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연구를 적용할 수 있는 연구의 문맥이 그만큼 좁아지고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연구자들에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연구적 안목을 넓히는 기회를 얻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직접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인터넷이나 책으로 배우는 것과 매우 다르다 생각합니다. 더 중요하게는 세계의 석학들을 만나고 그들과 의사 소통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풀브라이트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에게 다른 문화를 배우고 또 한국을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풀브라이트가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혜 했다는 점은 본인의 연구가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풀브라이트가 가지는 명성과 역사로 인해 현지 연구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수혜자의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커리어 내내 자랑스럽게 남을 것입니다. 따라서 장학금 수혜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으며 수혜 후에도 프로그램의 평판 유지를 위해 스스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혜한 연구자로서 매우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앞으로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