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근 (Sang Keun Yoo)
2016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English (PhD)
저는 한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특히 사이언스픽션이나 판타지 등 장르문학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 한국의 학계에서는 장르문학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이나 제반 연구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국의 영문학과로 박사 유학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제가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대학원 지원과정에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에도 가장 힘들다는 유학 1년차, 2년차 때 장학금 수혜 혜택 덕분에 TA일을 하지 않고도 학비와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초기 유학생활에 적응하는데 수월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학과나 전공을 막론하고 영미권 학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경쟁력 있는 장학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로 인해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작하는 미국 유학생활은 든든한 조력자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술대회나 혹은 각종 학술 행사에서 다른 학자들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고 학계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워싱턴 주에서 행했던 풀브라이트 오리엔테이션 역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 2박 3일간 미국 전역의 각종 학교, 학과로 출발할 세계 각국의 풀브라이트 장학생들과 만나 서로 친교하며 미국 유학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몇몇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이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생략하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미국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던 모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미국 전역의 학교에 자리를 잡게 되기 때문에 이후 유학생활 과정에서 각종 정보를 서로 교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나의 전공에만 매몰되기 쉬운 유학생활에서 다른 전공의 관심분야에 까지 연구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교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군에 위치한 University of California의 리버사이드 캠퍼스 입니다. 이 곳은 곤충학이나 뇌인지 심리학 등이 유명합니다. UCLA나 UC 버클리에 비해서는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이곳에서 불편없이 아주 만족스러운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UCLA나 UC버클리 등 미국의 1, 2위를 내노라하는 UC캠퍼스들이 전공이나 학과에 따라서는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의 치솟는 물가상황과 거주 불안, 생활환경의 안정을 고려한다면 UC 리버사이드는 아주 만족스러운 곳입니다. LA나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의 렌트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특히 리버사이드는 남들이 말하듯 도넛의 중앙같은 곳입니다. 리버사이드 내에서는 크게 즐길거리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한시간 운전 거리 내에 LA나 샌디에이고, 어바인 등이 있고, 동쪽으로는 팜스프링스나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더 나아가서는 라스 베이거스도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합니다. 북쪽으로는 샌버나디노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꽤 많은 학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학교 내에서 한인회가 있어 매년 한인행사를 하며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UC리버사이드를 제가 선택한 이유는 특히 이 곳에 사이언스 픽션 및 과학문화 특별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셰릴 빈트 교수님은 영문과 교수이기도 한데, 결국 제 박사논문의 지도교수가 되어주셨습니다. UC리버사이드는 사이언스 픽션 연구로는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는 곳입니다. 다른 유명한 학교로는 웨슬리안 대학이나 플로리다 대학 등이 있지만, 아마 사이언스 픽션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는 미국 내에서 이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학자들을 불러 초청강연을 끊임없이 들을 수 있고, 관련 교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서관에는 이튼 사이언스 픽션 컬렉션이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 관련 미국 학교 중에서는 가장 많은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제가 유학 생활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학술대회 발표와, 각종 리더십 경험입니다. 저는 학술대회 발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했습니다. 졸업할 때 쯔음에는 매년 3-4번의 학술대회 발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는 이후 논문 출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학계 내에서 나의 위치를 가늠하고, 다른 학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는 중요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저는 박사과정 중에 한인학생회 회장, 영문과 대학원생 회의 부회장 등 리더십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학교로부터 리더십 상을 2년 연속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유학생들은 흔히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학교 생활이나 학계 생활에 소극적이 되기 쉽습니다. 오히려 이럴 수록 더 적극적으로 학교와 학과 그리고 학계의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하는 것이 그러한 영어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제 유학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로 인한 온라인 수업 전환이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 기간 동안에 많이 고립되고, 지도교수와의 만남이 줄어들어 지도를 받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이 기간 동안에 많은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자주 바다나 산에 가는 등 오히려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많이 노력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산다는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일 수 있습니다. 주변에 많은 산과 바다 등 자연을 잘 이용한다면 건강과 학문을 모두 다 잘 붙잡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혜하는 것은 평생 풀브라이트 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의 학계에서도 공인된 학자로서의 출발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비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이라면 반드시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가져다 줄 기회에 관심을 가지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