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백 (Kibaek Kim)
2018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Arkansas, Sports Management (PhD)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많은 부분이 변하였습니다. 특히나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면 다 문을 닫고 거리는 썰렁하기만 했었죠.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나며 우리는 조금씩 팬데믹을 이겨 나가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일상이 조금씩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죠. 많은 것들이 회복 됐지만, 저에게 의미가 큰 것은 스포츠의 귀환입니다. 많은 스포츠 경기 및 대회들이 취소되거나 연기 됐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그것들이 우리 곁에 돌아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가장 최근 우리의 여름을 뜨겁게 해준 올림픽 경기라던지, 1년의 연기 끝에 다시금 치뤄진 유로 2020 및 코파 아메리카 2020 등이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대학 스포츠의 귀환이었습니다. 물론 학교 내외로 염려가 지금까지도 많지만, 저에겐 스포츠계에 있어서 만큼은 이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었습니다. 대학 스포츠는 제가 미국으로 박사과정을 진학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저는 운동 선수 출신은 아닙니다만, 스포츠를 정말로 사랑하는 한 사람입니다. 미국에 가기 전 까지도 계속해서 동호회 농구 및 사회인 야구를 즐기며 스포츠를 즐겼고, 체육대학 학부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석사를 체육대학원으로 진학할 정도로 스포츠에 진심이라고 할 수 있죠. 체육대학원을 다니며 늘 갖게 된 갈증과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미국 대학 스포츠는 도대체 어떻기에 저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도 물론 고연전 및 대학스포츠리그(KUSF 주관 U-리그)가 있습니다만, 미국 대학 스포츠가 받는 그런 관심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미국 대학 스포츠야 말로 제가 연구하고 싶었던 주제를 다루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스포츠는 삶입니다. 스포츠를 통해 키워진 자신감, 스포츠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 스포츠를 통해 가지게 된 지역(혹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 등등. 스포츠가 지금의 저를 상당 부분 만들어 준 경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미국 대학 스포츠처럼 온 학생들을 너머 대학 도시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함께 즐기는 문화를 접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저의 관심 덕분에 저는 미국에서 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을 때 주변 미국인/유학생 지인들과 어울리기 수월했습니다. 우리 학교 미식 축구팀 경기가 어땠다. 누가 잘하더라. 다음 주는 어느 학교랑 하더라. 미리 모여서 테일게이트 하겠느냐 등등. 대학 스포츠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대화가 시작되고 이어지고, 모임으로 까지 이어지는 사회적인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저의 박사 논문 주제를 정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저는 제 경험을 살려서 저와 같은 국제 학생이 미국 대학 스포츠를 향한 팬심(한국 학계에서는 ‘팀 동일시’라고 표현합니다)이 그 학생의 미국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그 지역에서 만들게 되는 사회 자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렇게 형성된 소속감과 사회 자본이 과연 국제 학생의 현지 적응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앞선 연구 사례들이 대부분 미국 학생을 다루었다면, 저는 국제 학생도 과연 미국 학생들과 같이 대학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감사하게도 제 가설이었던 국제 학생들도 대학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현지 적응에도 도움을 준다는 가설이 지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제 학업적 얘기만 기술하고 풀브라이트에 대한 얘기는 다루지 않은 것 같네요. 저에게 있어 풀브라이트는 참 많은 것을 허락해 준 곳입니다. 예체능계에서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장학금으로서 재정적인 면은 많은 분들이 아마 다뤘을 것 같으니, 저는 제가 정말로 감사하게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면을 부각시켜 보고자 합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선발된 해에 함께 선발된 풀브라이트 동기 분들 중 저와 같은 나이인 친구들이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또 저를 포함해 여섯 명이 모두 박사 학위로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고, 각자 살게 된 지역은 조금씩 떨어져 있었지만, 출국 전에도 미리 모여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출국 후에도 미국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저는 단언컨데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졸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풀브라이트 장학생이었고, 또 같은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고, 마지막으로 같은 나이 또래로서 겪게 되는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기에, 정말 풀브라이트가 맺어준 이 인연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서 곧 출국하게 되실, 혹은 이미 미국에서 공부하고 계신 풀브라이트 장학생 분들에게도 풀브라이트 내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풀브라이트가 맺어준 인연은 한국 친구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아칸소 주립대학은 풀브라이트 상원 의원께서 졸업하신 학교로서 다양한 국가의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이 다수 진학하는 학교입니다. 덕분에 저희는 풀브라이트 학생회가 따로 있을 정도였고, 비록 한국인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저 뿐이었습니다만, 학생회에서 정말 다양한 국가,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과 교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대학원 생활 2년차 때 학생회에서 회계를 맡았고 아칸소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와 관련된 강연을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아칸소 대학 내 많은 학생들이 해외 경험이 없거나 많지 않았던 점을 생각할 때, 국제학생들이 현지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정말 뜻깊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칸소 대학에는 약 1천명이 조금 넘는 국제 학생이 재학하고 있을 정도로 유학생 커뮤니티가 다소 크지는 않지만, 신기하게도 주변에 아시안 마켓 이라던지, 할랄 음식 마켓 이라던지, 외국 식자재를 파는 곳들이 몇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현지 음식을 요리해 문화 행사에서 나누곤 했었죠. 이런 행사들을 통해 풀브라이트가 지향하는 국가간 문화 교류를 실행에 옮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저는 스포츠를 통해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나되는 세상’ 이라는 단어 안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적어도 스포츠를 통해 서로가 허물 없이 삶을 즐길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학 도시를 너머 온 나라가, 또 온 나라를 너머 전 세계가 스포츠를 통해 웃고 울고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풀브라이트를 통해 스포츠라는 문화를 어떻게 서로의 교류에 활용할 수 있는지 더 진지하게 연구하고 배우고 또 경험할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풀브라이트 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