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Joonggun, Lee)
2022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Arizona State University, Walter Cronkite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 인식의 한계를 넘다
저는 기자로서, 그리고 최근까지 국제관계 분야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왔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풀브라이트 험프리 프로그램은 내가 그동안 인식하던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선물했습니다. ASU에서 나와 친하게 지낸 동료 펠로우는 솔로몬 제도 출신이었습니다. 그동안 솔로몬 제도는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과달카날 전투 등 2차 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직접 가볼 일은 없을 것 같고, 그 곳에 사는 사람도 만날 일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 곳에서 온 동료 펠로우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동료는 짐바브웨에서 왔는데, 그에게서 그 유명한 짐바브웨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국경을 가진 나라 가운데 하나인 아르메니아에서 온 동료에게서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발트 3국으로만 알고 있었던 라트비아에서 온 동료는 펠로우들에게 자신들이 NATO에 가입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큰 위기를 느끼는지 자세히 설명해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에게 한일 관계, 한국 중국 관계의 역사와 동북아시아가 얼마나 역동적이면서도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지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었는데, 그들은 중견 언론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은 전문성 향상과 문화 교류를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문화 교류란 기본적으로 출신 국가와 미국의 문화 교류를 의미하지만, 단지 그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Arizona State University에는 앞서 언급한 펠로우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가나 등 12개국에서 온 13명의 험프리 펠로우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나의 인식의 폭을 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었습니다.
# 두려움을 극복하다
기자로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그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외국인 전문가들을 접촉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면 여러 사안에 대해 취재할 수 있게 되지만 언어의 벽 앞에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풀브라이트 험프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필수적으로 다양한 미국 내 전문가들을 접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 초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었지만, 때로는 이메일로 때로는 직접 만나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어느새 부담감은 점차 줄어들고 두려움도 사라졌습니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연구 내용을 우리말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도 무척이나 두려운 일입니다만, 험프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어느덧 동료 펠로우들 앞에서, 때로는 일반 학생들이나 청중 앞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져갔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들이 내가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환경규제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에 요소수 부족 사태가 벌어졌고, 이는 심각한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했을 때는, 환경규제와 지정학 이슈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우리가 예상하기 어려운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나의 주장에 청중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점점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쌓은 경험들은 앞으로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자신있게 추천하다
험프리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험프리 저널리스트 프로그램을 경험한 펠로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험프리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기자들이 많지 않고, 때문에 저 역시도 험프리 프로그램에 대해 동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그 때마다 자신있게 험프리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여러 연수 프로그램이 있지만, 험프리 프로그램처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코스를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연수 프로그램들은 본인이 선정한 연구 주제를 본인이 디자인한 방식으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본인의 준비 정도와 노력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험프리 프로그램도 본인이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달라집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촘촘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풀브라이트와 호스트 기관이 준비한 프로그램만 충실하게 이수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 본인의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은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험프리 프로그램이 유일합니다. 제가 험프리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다른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선배, 동료 기자들에게 많은 경험담을 들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뤄지는 네트워킹의 범위가 대부분 연수 기관, 그리고 그 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한인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험프리 프로그램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동료 펠로우들이 세계 곳곳에서 온 중견 전문가들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필수적으로 많은 미국 내 전문가들을 접촉하게 됩니다. 또한 PA를 통해서 미국에 있는 기관에서 실질적인 경험도 쌓게 됩니다. 이는 다른 프로그램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장점입니다. 때문에 저는 많은 동료 기자들, 특히 후배 기자들에게 자신 있게 험프리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험프리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두려움을 극복하고,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