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원 (Jiwon Ham)
2018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Art and Technology Studies (MA)
3년간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풀브라이트 커뮤니티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대학원 첫 학기 지도교수와의 개인 면담에서 그가 대학원 과정에서 무엇을 성취하고 싶냐는 질문을 했을 때 저의 첫 대답은 “I want to think outside the box.” 였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미디어파사드 영상 제작과 매체에 대해 연구하던 저는 한국 도시에만 국한되어 작업하던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매번 미국 대도시에 설치된 작업을 인터넷에서 사진과 글로만 접했던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원 기간 동안 미국의 공공 미디어 작업을 직접 접하며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지, 그리고 각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저는 방학을 활용해 뉴욕, 시카고, LA를 여행하며 다양한 공공 미디어 설치작업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지역에서 수학중인 풀브라이터를 만나 각 도시의 지역행사, 전시 및 볼거리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했습니다.
풀브라이트는 장학생들을 위해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합니다. 프로그램 시작 전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Fulbright gateway program에서부터 The Chicago chapter of the Fulbright association, 뉴욕의 One To World 등은 각 지역의 풀브라이트 커뮤니티를 만날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이 행사들을 통해 다른 전공의 풀브라이터들을 사귀었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콜롬비아에서 온 동료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참여했던 많은 행사 중에서 Philadelphia에서 열린 Fulbright Enrichment Seminar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입니다. 미국 전역에서 선발된 장학생들과 3박 4일 동안 지내며 강연을 듣고, 박물관 및 도심 탐방을 하고, 한 주민이 초청한 저녁 식사에 참석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행사 마지막 날 저녁에 사회자가 한 말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지금 세미나에 있는 풀브라이터들은 10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온 학자들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중 한 사람입니다.” 이 말은 제가 한 개인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국가를 대표해서 활동하는 풀브라이터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소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 풀브라이트 장학프로그램과의 인연은 풀브라이트 동문이기도 하신 제 은사님의 추천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학부 졸업 후 석사 유학을 고민하는 저에게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을 알려주시며 디자인과 순수예술 전공으로 유학을 했던 선배 장학생들을 연결해주셨습니다. 혼자서는 알기 어려웠던 장학금을 준비하는 방법, 유학 생활, 그리고 졸업 후 근황에 대해 듣는것은 장학금 지원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풀브라이트 선배들의 경험과 그들이 졸업후 각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긍정적 모습은 제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준비한 지원서를 지금 다시 읽어보면, 3년동안 저는 생각하는것도 변화하고 그에따라 연구주제도 많이 성숙해졌다고 느낍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지역의 풀브라이트 행사에 참석하며 새로운 문화를 접한 경험, 그리고 많은 동료들과 각 나라의 사회 문제에 관해 이야기 나눈 시간은 제가 다른 나라의 정치 문화적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했고, 이는 저의 연구 주제와 작품 제작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첫 학기에는 시카고를 거닐며 발견한 No Loitering 표지판의 역사와 사회적 문제를 연구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학기 말 이 작업을 보여주고 동료들의 비평을 들으며 지금까지 제가 한정된 틀에서만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후 그동안 추구했던 관찰자의 입장에서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것을 벗어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사회적 현상을 주제로 다룬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학교의 동료, 지도 교수님들, 그리고 다른 전공의 풀브라이터들과 제 연구에 관해 이야기 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 대화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새 작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 저는 스스럼 없이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졸업 작업을 제작했습니다. 잦은 이사를 경험하며 갖게 된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적 질문에서 시작하여 비슷한 경험을 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실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은 도시 노마드의 이주 경험을 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참여로 작품을 제작했던 경험은 제가 관객 참여형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석사 졸업 후 뉴욕에 위치한 Red Paper Heart 인터렉티브 아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1년 남짓한 Post-degree Academic Training (PDAT) 기간동안 Microsoft, Cooper Hewitt design museum, Brookfield Properties 등의 클라이언트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실무 경험은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작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고 공공장소에 설치되는지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후기 글을 쓰며 지난 3년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과정을 돌이켜 보니 짧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도전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미국의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장학금이 무사히 입금되기를 기다리던 순간, 잘하지 못하는 영어로 진땀빼며 첫 수업 발표를 마친 날, 디자인 인턴으로 지원한 첫 회사의 인턴 인터뷰를 보던 순간 등 처음이어서 더 두렵게 느껴진 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학기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아 졸업 전시가 연기되기도 했었고, 일 시작 전 팬더믹 상황에 맞게 PDAT의 근무 조건을 조정하기 위해 IIE 어드바이저와 긴급히 메일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유학생들이라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난관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유연하지만 명확한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어려움의 순간마다 IIE 어드바이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풀브라이트 동문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더라면 막막했을 상황들을 잘 지나보내고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언제나 가까이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풀브라이트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든든한 조력자인 한미교육위원단과 IIE,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한 풀브라이터 동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풀브라이트 동문으로서, 그동안 받았던 감사한 도움을 예비 지원자와 풀브라이트 네트워크에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풀브라이트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국가의 동문과 교류할 기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후기 글을 빌어 그동안 많은 도움과 지원을 해주신 한미 교육위원단, IIE, 그리고 소중한 동료 풀브라이터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