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Jin Soo Choi)
2017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Michigan State University, Second Language Studies (PhD)
학부생 시절의 저는, 한국에 유학을 왔던 각국의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습득하는 것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하고, 그 실력을 측정하는 것들은 더욱 알아가고 싶은 분야였습니다. 한국의 대학원에서 저의 관심사를 배워갈수록, 제가 지닌 학문의 깊이를 제 전공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더해가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언어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더욱더 요구되는 이 시대에, 저의 전공과 관련된 학문적인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전문성을 쌓아서, 언젠가 언어교육에 학문적인 기여를 하고 싶은 비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적잖이 부담이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더하던 중,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고 , 저는 유학을 향한 부푼 꿈을 안고 지원을 준비했습니다. 돌이켜보니,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에 필요한 지원 서류들을 준비한 그 기간이, 제가 유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였습니다. 결론은 꼭 유학을 다녀오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2016년의 어느 더운 날, 큰 가방에 연구계획서를 고이 넣고 영어면접을 보러 가던 그 날이 생생합니다. 제 전공 특성상 영어로 보는 면접이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유학이라는 꿈과 연결되어 있는 면접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역에서 건물로 가는 그 먼 거리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면접에서 무엇을 이야기할지 계속 집중했던 제가 생각납니다. 긴장과 압박감이 가득할 수도 있다는 저의 우려와 달리, 여러 면접관 분들께서 학업을 선택한 저의 길을 응원해주시고 따뜻한 말씀을 해 주셔서 되려 가득 힘을 얻고 돌아왔었습니다. 그렇게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저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마음으로 유학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2017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유학생활의 첫 단추를 채웠습니다.
저는 개강 1주일 전에 비자를 발급받고 간신히 미국에 도착하였습니다. 현지적응을 위해 시간을 쓰고, 전공수업들을 들으며 보낸 저의 첫 1년차는 분주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때론 그런 점이 즐거웠지만, 유학생으로서 받았던 학업 스트레스는 자주 저를 압박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저의 부족한 전공지식들이 하루하루 너무 잘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따금 저를 짓눌렀습니다. 자칫 이런 생각들에 한없이 매몰되었을 수 있었지만, 다시금 힘내어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때 당시 만났었던 각국의 풀브라이트 장학생들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1년차 때의 저는 학업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고자 국제학생처에서 주관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모임에 종종 참석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각국의 명석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정착에 필요한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유익한 정보들도 많이 얻었던 곳이 풀브라이트 장학생 모임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어느 날은 모임에서의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를 걷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기분전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각자가 지닌 고민과 살아가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었는데, 그때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얻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보고 배우며, 저도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첫 2년 동안은 오롯이 학위 과정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연구에 필요한 공부를 더 할 수 있었고, 필요할 때에는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누렸던 가장 큰 혜택입니다. 추가적인 근무없이 주어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박사생에게 있어서 크나큰 특혜라 생각합니다. 이때의 시간들을 토대 삼아서, 저는 남은 학위 과정을 잘 마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비단 장학생 모임 뿐만 아니라, 여러 수업 중에 만났던 명석한 풀브라이트 장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의 전공이 어떻게 쓰여질 수 있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연구를 하는지 등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도 초부터 미국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저의 생활반경은 주로 집에 국한되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제가 온전히 학위논문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5년여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오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저는 제가 미국에서 유학생으로서 보낸 시간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누렸던 혜택은 감히 금전적인 환산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국에서의 유학생활, 그것도 박사생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난관들이 많이 있겠습니다. 낯설고 힘든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함께해준 든든한 지원자가, 저에게는 풀브라이트였습니다. 특히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제가 유학생으로서 보낸 처음 2년의 시간입니다. 1년차와 2년차 때에는 많은 것이 낯설었습니다. 현지에 적응을 하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쓰이기에, 오로지 제가 학위과정에서 필요한 일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학업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유학생에게 있어 굉장한 힘과 위로였습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온 풀브라이트 장학생들과의 교류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영민하고 유능한 학생들과의 만남은 제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단 지식적인 측면 뿐 아니라,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공통점을 지니고 시작된 만남은 유학생활동안 큰 버팀목이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문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장벽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문을 향한 열정은 매우 귀하고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원자분들 중, 현실적인 장벽으로 당장의 시작이 망설여 지신다면, 저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점을 넘어서는 든든한 지원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학을 통한 배움과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시다면, 그리고 그 열정이 오랫동안 남아 있으시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도전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부담감과 걱정에 눌리지 마시고, 도전하셔서 그 귀한 꿈을 꼭 이루어 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