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표 (Dongpyo, Hong)
2022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Cornell University

 

안녕하세요. 2022-23년 코넬대학교 험프리 졸업생 홍동표입니다. 글 작성에 앞서, 험프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미국(국무부)과 대한민국 정부(인사혁신처), 험프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장하는 IIE(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 워싱턴 DC 소재한 험프리 팀과 한미교육위원단의 지원 덕분에 험프리 프로그램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험프리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경험과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1년 6개월 전, 2달간의 어학 프로그램을 위해 미국 캔자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2022년 6월 1일로 시간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DC에 소재한 험프리 팀은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끝마칠 수 있도록 장기(6개월)•단기(2개월) 어학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기간만큼은 가족 동반이 금지됩니다. 한국 수혜자들(공무원 4명, 기자 2명)은 어학 실력에 상관없이 단기 어학 프로그램에 배정됩니다.

 

6월 1일부로 시작하는 단기 어학 프로그램은 미국 중부 공립 학교인 University of Kansas(이하 ‘KU’)에서 실시합니다. KU 교수진들은 읽기, 쓰기, 의사소통 등 짜임새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합니다. 이와 별도로, 1주일 정도 시간을 갖고 KU 대학 어학 프로그램 운영자분들이 캠퍼스 투어 및 Bank of America 계좌 개설뿐만 아니라 핸드폰 유심, 생필품 구매 등 도움을 줍니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과 전 과정 수업이 끝날 때 영어 시험(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을 2번 평가합니다. 하지만, 졸업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업도 중요하지만, 외국에서 모인 30명 남짓한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음식과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서 알아가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본인이 선택한 주제에 대한 PPT 발표를 끝으로, 어학 프로그램은 종료가 됩니다. PPT 발표 주제에 대한 제한은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약 2달간 어학 과정을 돌이켜보면 본인 연구 주제에 대한 논문이나 자료에 대한 검색 등 문헌 조사를 중심으로 패러 프레이징(원문의 의미를 유지하되, 그 내용을 완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것) 등을 연습하게 됩니다. 따라서, 발표 주제를 본인의 연구 주제로 선정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단기 어학 프로그램과 졸업 후 호스트 대학에서 험프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까지 약 1~3주의 개인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시간을 잘 이용하여 견문을 넓히도록 계획을 수립하시면 유익한 시간을 보내시게 될 것입니다. 참고로, 호스트 대학의 프로그램 시작 전 소요되는 최소 경비는 거주하게 될 지역의 물가에 따라 차등 지원이 됩니다. 단, 호스트 대학(대학이 위치한 도시에 입국)에 일찍 도착하는 것은 보험 등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을 둡니다.

8월은 험프리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약 90∽100개의 나라에서 뽑힌 150명 남짓한 험프리 펠로우쉽 장학 수혜자분들은 미국의 13개 대학교 중 본인의 Career에 맞는 험프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호스트 대학에 배정됩니다. 대학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 중 하루 또는 이틀간 험프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 외에는 본인의 연구 과제와 관심 분야에 대한 탐구 활동을 위해 대학교 수업에 참석합니다. 학기 초에는 학문적인 역량을 늘리면서 자기 PR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 확대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호스트 대학에서는 이를 위해 우리를 토론 세션 등에 참가하도록 배려해 줍니다. 또한, 대학교 안팎에서 교수 또는 전문가 집단과 함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장려합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다른 펠로우 선배님들이 충실하게 설명하셔서 제외하겠습니다. 조언을 드리자면, 각 호스트 대학에서 험프리 프로그램을 이끄시는 분들은 Director와 Coordinator입니다. 당연히, 그들의 조언이 슬기로운 유학 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 모든 업무가 Director의 승인을 통해 이루어지며, 본인이 원하시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들과 협상을 통해 서로 Win-Win 전략을 수립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는 험프리 프로그램은 펠로우가 수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것에 회의적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연구 등으로 반드시 청강해야 하는 수업이 있거나 참석해야 하는 세미나가 있다면 Director를 설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캠퍼스에는 겨울 방학이 찾아옵니다. 미국의 연말과 연초는 연락이 되지 않은 만큼 본인의 업무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학기 중에 마무리하시고 계획을 미리 수립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1월부터는 험프리 프로그램에도 많은 변화가 돋보입니다. 험프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본인의 캠퍼스 안팎의 활동에 주안점을 두게 됩니다. 작년에 본인이 수업 또는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서 연결된 기관이나 미국 전문가들과 교류 활동, 이를 통한 Professional Affiliation(이하 ‘PA’) 탐색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때이기도 합니다. 이때, 가을학기에 뿌린 씨앗을 봄 학기에 거두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4월 또는 5월에는 험프리 프로그램 졸업을 합니다. 이와 별도로, 최대한 6개월 한도로 험프리 프로그램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단, 생활비 및 보험 등은 본인 부담입니다. 또한, 연장 신청 시 여행자 보험 증서 및 미국에 등록된 기관에서 작성한 Letter(험프리 펠로우의 직무와 근무 기간 명시)가 필요합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은 중견 전문가(Mid-Career Professionals)가 참여하는 Fulbright 교환프로그램인 만큼 자기 주도적인 자질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또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교수나 전문가들 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할 때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와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니 그렇게 기죽을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우리 나름대로 길을 걷고 있으니깐요. 결론은, 도전 자체를 두렵고 힘들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몸과 마음을 관리하시면서 꾸준히 목표를 위해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속담 중에 ”Fake it until you make it“이란 격언처럼 비록 지금은 언어적으로 학문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기죽지 않는 자신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의도적으로 모방해서 이러한 자질을 실현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실천 중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바지를 한 번에 입을 수 있을까요? 그들도 바지를 입을 때 한 다리씩만 사용합니다.

끝으로, 가족 동반을 계획하시는 지원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고자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2명, 유치원 1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입니다. 가족 동반을 위해 필요한 생활 정보는 네이버 이민 카페나 블로그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외 고려할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거주지역: 대부분 한인 유학생 가족들이 많이 모여 사는 타운하우스(2룸, 3룸 아파트 형태)에 거주합니다. 그렇게 되면 통학에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과 문화 생활을 교류할 기회가 없거나 줄어듭니다. 그 대신, 2층 단독 주택 혹은 주택 내 1층 또는 2층을 빌리시면 마을의 이웃들끼리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가까운 주택을 추천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또래 생일에 초대되어 자연스럽게 미국 가정의 집에 방문하거나 주말에 놀이터에서 자주 놀았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들끼리 친해지면서 공원에 여행을 가거나 저녁 식사를 서로 초대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통학에 대한 피로감을 덜고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거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더라도 학교에 가까운 주택 단지에서 거주하시면 텔레비전에서 보던 할로윈 퍼레이드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1. 밤과 후 활동: 학기 시작 직후 가족 동반이 허용되기 때문에 밤과 후 학교 신청 기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단기 어학 프로그램 중 아파트 계약을 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후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밤과 후 활동을 미리 알아보시고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1. 봉사활동: 험프리 프로그램 특성상 펠로우의 봉사활동을 권장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한국 알리기 문화 체험 봉사를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국 문화 알리기 체험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은 주민 센터에서 한국 음식 만들기 체험 행사를 진행할 때였습니다. 예산을 지원 받는 과정과 실제로 식자재를 구매하고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코넬대학교 험프리 관계자와 동료들을 불러서 저의 아내와 함께 김밥과 전, 떡볶이, 식혜, 전통 다과 등을 준비하였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한국 전통 놀이인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을 소개하고 아기 상어 춤을 추면서 한국의 흥과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활동이 아이들의 학교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녀들을 동반해서 초대받은 자리에도 정중하게 가족 동반 여부를 문의 후 다 함께 참여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미국은 아이들과 여성, 노약자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입니다. 미국인들은 아이들에게 이름을 모두 물어보면서 악수를 청합니다. 이런 기억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족이 행복해야 저의 유학 생활도 그만큼 성공적입니다.

첫 학기는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여러모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험프리 프로그램에 지원하고자 했던 이유도 단순하게 공부만 하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온 동료들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교류할 수 있는 중견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면서도 미국 대학의 수업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 그 이상의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자랑스러운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되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훈련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은 담금질한 철을 낮은 온도로 다시 가열하였다가 서서히 냉각시켜, 담금질로 생긴 스트레스를 제거하여 인성을 높이는 작업처럼 매 순간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유혹을 뿌리치는 과정입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을 만나시게 되실 겁니다. 그들로부터 배움의 기회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게 받은 가르침을 공유하고 사회 일원으로서 보탬이 되도록 나부터 노력해야겠다는 책무를 터득하였습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은 Fulbright Exchange Program이라는 46년간의 전통과 명성에 걸맞게 장학 수혜자들이 대학의 연구자와 직원, 본인들이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과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위치에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을 해줍니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에 익숙하지 못했던 본인은 획일적인 사고와 부족한 배경지식으로 인하여 인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11명의 Fellows와 나를 믿고 가족처럼 대해줬던 대학교 동료들과의 인적 교류를 통해서 많은 물음표에 대한 해답과 또 다른 질문을 찾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여정은 운전 중 긴 터널을 통과할 때 겪는 알지(경험) 못하는 어둠(무지)에 대해 두려움을 견뎌내며 희미하게 보이는 밝은 빛을 향해 전진할 수밖에 없는 여행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한국과 미국의 풀브라이트 관계자 여러분과 대한민국 정부와 해양경찰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