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경 (Dokyoung Koo)
2019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Columbia University, International Public Affairs (MA)
저는 육군 소령으로서 15년간 근무하던 중 국가 안보와 국제 정세에 대한 궁금증이 더 해져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컬럼비아 대 공공정책대학원 (SIPA)에서 국제안보정책을 전공하고 2021년에 졸업한 구도경이라고 합니다. 역사에 전무한 코로나 팬데믹 시절, 가장 전염병이 극심했던 뉴욕 맨하탄에서 무탈하게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먼저 감사하고 싶습니다.
우선,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던 유학의 길은 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으로서의 지난 경험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저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했다면, 지난 2년간의 유학 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직업적 지식을 전문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생활 중 가장 값진 경험은 무엇보다 훌륭한 교수진들과 동료 학생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컬럼비아 대는 그 명성에 걸맞게 세계적인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문화가 남달랐으며, 특히 외국에서 유학 온 저희 같은 학생들과 그들의 나라에 대한 정책과 방향성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안보 분야에서 최고의 석학이라 평가 받는 Stephen Biddle 교수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교수님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문가이시지만 한국에서 유학 온 저와 대화할 때는 “사실 한국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이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조언해주시기도 했고, 그런 대화를 통해 교실에서보다 더 깊이 한국의 안보정책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학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주한대사로 근무하셨고, 6자회담을 주도하셨던 Christopher Hill 대사가 교수로 합류하시면서 다양한 외교 문제를 논할 기회가 있었는데,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셨던 대사님과 수업이 끝나고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고 당시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듣는 등 전문가들과의 교류 기회를 많이 누릴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오기 직전에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는 이스라엘 학생들이 주도하는 i-trek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을 답사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사진 1: 예루살렘에서) 책이나 뉴스에서만 보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과 골란고원, 예루살렘 등 안보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현지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중동지역의 안보문제에 대한 이해도 한층 높아졌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NYU와 컬럼비아 대, 그리고 통일관련 NGO에서 협력하여 개최한 통일안보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가해 통일에 대한 제 생각을 발표하고 대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저는 군인으로서 평화통일은 철저한 안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사진 2) 많은 학생들이 제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같은 학교 학생들과 한국의 통일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며, 더 많은 학생들과 친분을 쌓고 교류를 넓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유학시절 고비는 3학기 때 찾아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도 했고, 필수 과목을 모두 마친 뒤라 야심 차게 난이도 높은 토론 위주 수업들을 신청하고, 밤을 새도 모자라는 독서량과 토론 준비, 그리고 과제로 인해 버거운 나날 들을 보냈습니다. 특히 석사 논문이 필수는 아니지만, 무언가 남기고 싶다는 열망으로 개인 연구과제를 선정하여 약 25페이지 가량의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고, 또한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연구주제는 “김정은의 재래식 군대는 전쟁수행 능력이 있는가?” 였는데, 여름 방학 동안 “독재자의 군대” 라는 책을 읽고 과연 쿠데타를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는 김정은이 강한 군대를 육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선행 연구가 부족했고, 자료가 많이 공개되지 않은 주제였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Biddle 교수님의 지도로 무사히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학기에는 미 외교협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 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이 5년 이상이기에 인턴십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에 지원했습니다. 선임연구원인 Scott Snyder의 새로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주로 담당했었는데, 미국인들이 인식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특히 역사적인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사례들이나 사건들도 다시 한 번 확인함으로써 한미 관계에 대해서 더 깊이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여러가지 기회가 제한되었고 아쉬움이 큰 지난 2년이었지만, 다시 돌아보면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고 느껴집니다. 풀브라이트가 아니었다면 감히 도전하기 어려웠던 지난 여정 속에서 함께 해주시고 지원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유학 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들과 경험들이 소중한 자산이 되어 앞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한미관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