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수 (Chusu Kim)
2019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Scene Design (MFA)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서 그래픽디자인, 편집디자인, 일러스트, 영상에 대해서 배우고 제작과정을 훈련했습니다. 종이나 디지털 스크린에 출력되는 이미지를 제작 하는 것 보다는 천, 점토 등 여러가지 재료와 표현방법을 이용하여 입체작품을 만들거나, 영상작업에 더 흥미가 많았습니다. 학부 전공 당시에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유학을 다녀오신 교수님의 영향으로 풀브라이트 장학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유학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졸업 후에 광고기획사에서 디자이너, 두 개의 국립박물관에서 교육실습생으로서 전시운영과 전시디자인을 경험하였습니다. 관람객들에게 문화와 역사를 잘 설명하고 그것들을 보전하는 일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의의를 가졌고, 조금 더 새로운 디자인, 기술과 설치작업에 쓰이는 디자인 언어를 배우고 좀 더 창의적인 공간디자인 연구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오래 전 부터 영화미술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희곡을 중심으로 극과 배우 관객간의 상호작용을 증진시킬 수 있는 무대디자인을 전공함으로써 관심분야를 탐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비로 유학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예술전공자로서 지원할 수 있는 풀브라이트를 떠올렸고 8개월 여 간의 포트폴리오 준비, 에세이 작성 등을 통해 지원하였습니다.
2019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정되어서 칼아츠 석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다른 장학제도와 다르게 예술분야의 석사연구를 지원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제도를 알게되어 그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해외유학을 준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첫 번 째 해에는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절망하지 않고 그 해 계속 해외유학 준비를 이어갔는데 감사하게도 칼아츠에서 2018-2019 scene design 프로그램의 입학 허가와 학교자체 장학금을 제의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풀브라이트 장학금 없이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칼아츠에 1년 간 입학 연기를 요청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습니다. 다시 주어진 1년의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2019-2020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이자 마지막 기회는 오직 풀브라이트이었기 때문에 놓칠 수 없었고, 마지막 학년의 학비와 생활비, 주거비, 식비 문제가 남아 있어서 불안했지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노력하면 또 다른 장학금 수혜 기회, 예상하지 못하는 지원금 등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멘토와 친구들의 조언과 응원에 힘을 입어서 입학연기를 했던 scene design 프로그램 석사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해외 체류 경험이 없었기에 실제 현지인들이 말하는 속도와 수업에서 쓰는 고급어휘들을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차차 좀 더 잘 들리기는 했지만, 어느정도는 영어 실력 향상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작업 결과물로서 소통한다는 생각으로 학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그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유학생 친구들이 많기에 서로가 가진 다양성과 어느정도의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학 과정에서 처음 보는 정보들을 영어로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 낯섬에 골치가 아플 수 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되었을 때 같이 학업을 시작하는 동기들이 생깁니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인데, 그 때 이후로도 단체 채팅방이나 아니면 개별 연락을 통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의문점이나 정보공유가 필요할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각자 진학한 학교의 한인 커뮤니티나, 학교 내에서 차차 알아갈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테지만, 풀브라이터로서 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많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풀브라이트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해서 각자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의 다른 나라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한국, 필리핀, 터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풀브라이트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일부는 많이 친해져서 학업 외에 좋은 곳들을 놀러가거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석사나 박사 과정에서 연구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자금적으로 여유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꼭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원래 몸 담고 있던 분야를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시려는 분들께는 큰 날개가 될 것입니다. 특히나 예술과 디자인 영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드물기 때문에, 그 분야에 뜻이 있는 분이시라면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반드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원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첫 번째 도전에서 실패했었기에, 그 긴 과정의 지루함과 초조함을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도전하시기 전에, 명확한 연구주제나 필요성, 관심사가 있는 지 먼저 고민해 본다면 지원서를 쓰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할 것입니다. 저는 첫 해에는 막연히 공간 쪽으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고 조금 더 구체화시켜서 영역을 좁히는 과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첫 해에 제가 고비를 맞았었다고 추측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 문장으로 석사나 박사연구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지 얘기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리고 그 준비과정을 이겨 낼 에너지와 체력과 정신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면 도전하십시오. 단 한가지 고려하여야 할 점은, 문화교류의 의의가 있는 프로그램이므로, 귀국하였을 때에 어떤 분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학문을 닦으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사람들과 나눌 것인 지도 한 번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