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균 (Dong Kyun Im)
2022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Portland State University, Sociology
연구년을 앞두고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할지 여부는 계속되는 고민거리였다. 여러가지 일들로 바쁜 와중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지원서를 작성하고,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각종 서류들을 마련하여 지원을 하는 것도 부담이었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과연 선정이 될 수 있을지 불확실 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지원을 해서 이전에 선정이 된 경험이 있는 분도 계셨고, 탈락하신 경험이 있는 분도 계셨는데 그 분들의 경험을 모두 들으면서 계속 생각은 복잡해지기만 하였다.
결국 주변 분들의 권유와 고민 끝에 지원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부지런히 지원 서류들을 작성하였다. 그런데 막상 힘들고 부담될 것으로 생각했던 연구계획서 등의 작성은 한편으로는 수고스럽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잠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나의 연구가 어디쯤 있는지, 연구년 동안 어디에 집중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자 하는 지에 대해 성찰적으로 생각해보고 계획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오히려 ‘이거 해보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온라인 면접에서는 면접관들이 연구계획서에 기초한 질문들을 친절하게 제시하셨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에 영광스럽게도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더할 나위없이 기뻤다.
풀브라이트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일 년간 편안한 여건 속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호스트 기관은 포틀랜드 주립대학(Portland State University)으로, 사회학과 우혜영 교수님의 배려 속에서 편안하고 생산적인 연구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진행 중인 연구는 학과 렉쳐 시리즈와 대학의 아시아연구센터 등에서 발표하고 좋은 피드백을 얻는 기회를 가졌다. 포틀랜드 주립대학은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도시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 그 덕택에 연구와 실천 양 분야 모두에서 도시와 잘 통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도시와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내 관련 연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동반가족과 함께 연구년을 보내면서 학계와 관련된 맥락 뿐 아니라 일상과 생활의 영역에서 많은 미국인들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박사과정 동안 경험했던 미국과는 매우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미국과 미국인, 미국 사회에 대해 좀 더 다차원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매우 갚진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풀브라이트가 추구하는 글로벌한 교류와 상호협력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적 공감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풀브라이트가 장학금 수혜자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대사의 정체성을 종종 강조하는데, 이는 연구년 생활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가급적이면 한국인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였고, 아직도 매우 한국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하였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풀브라이트에 지원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무조건 하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지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연구와 위치,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되짚어 보는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고, 만약 선정이 되면 미국 체류를 훨씬 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할 수 있게 되며, 풀브라이터로 지원을 받은 경력은 계속 좋은 기록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풀브라이트와 한미교육위원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