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전 (Bum Jeon Kim)
2023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Boston University

 

선발과정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처음 만나는 미국인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임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미국 내외에서 매우 명망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참여했던 2023-2024년도 험프리 프로그램은 전세계 91개국, 19개의 전문분야에서 매우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 총 148명의 펠로우들이 미국 내 13개 대학에서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수혜자 선발 과정은 한미교육위원단에 의해 진행되어 매우 까다롭지만 공정한 절차였습니다.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인사혁신처의 서류 전형 통과를 위해 토플 등의 성적이 필요하지만, 결국 수혜자를 결정하는 영어 면접에서 자신의 직무경험과 연구 계획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미국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고차원적인 토론을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로그램 

선발되어 미국에 가게 되면 처음 2개월간은 언어 능력에 상관없이 캔자스 대학에서 Pre-Academic Course를 수강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학문적인 쓰기, 말하기, 읽기 등의 수업을 배우며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같은 기숙사에 머물면서 이 시기에 만난 펠로우들과는 매우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Pre-Academic Course가 끝나면 각자의 호스트 대학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제가 속했던 보스턴 대학에는 10개 국가에서 모인 총 11명의 Economic Development와 Finance & Banking 분야의 전문가들이 10개월간의 프로그램을 함께 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캔자스 대학에서부터 함께 했던 펠로우들도 있고, 그곳에서 새로 만난 펠로우들도 있습니다.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함께 지내며 이들과 각국의 문화, 경제, 정치, 외교 등의 모든 주제로 토론하고 함께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인식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강력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스턴 대학에서는 2학기 동안 총 4개의 전공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고, 스포츠나 음악 등의 교양 과목은 제한 없이 수강이 가능했습니다. 많은 펠로우들이 수업에 대한 욕심으로 최대한 많은 과목을 수강하려 했지만, 다른 험프리 프로그램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곧 깨닫고는 몇몇 과목을 포기하게 됩니다. 

10월이 되면, 글로벌 리더 포럼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모든 험프리 펠로우들이 워싱턴 DC에 모여 상당한 유대와 인적 교류를 쌓게 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막론한 여러 주제로 지적인 교류를 하게 되어 매우 보람차고 충실한 시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12월 연말에는 거의 한 달에 가까운 방학 기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계획을 잘 세워 평소 생각만 해보던 장기 여행을 떠나보시길 추천합니다. 

해가 넘어가고 연초가 되면 시간이 앞서 지냈던 6개월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감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슬슬 PA(Professional Affiliation)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됩니다. 가능한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PA는 자신이 협상하기에 따라 시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대개는 3월에서 5월 사이에 시작하는 펠로우가 많지만, 호스트 대학 수업과 병행할 수 있다면 연초부터 시작한 펠로우도 있었습니다. 

5월 무렵이 되면 펠로우에 따라 PA 중이거나 끝낸 펠로우들이 생기고, 슬슬 모든 프로그램을 정리할 시기가 됩니다. 보스턴 대학의 경우, 증서 수여식(Commencement) 날 8월부터 다른 펠로우들과 준비하기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인 Capstone Project를 발표하고 증서를 수여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됩니다. 

 

전하고 싶은 말 

문화적 동질성이 짙은 한국식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으로는 험프리 프로그램을 만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의 인물들이 뒤섞여 생활하는 곳에서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상식이 누군가에게는 낯선 것일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인내력 있는 소통을 해야만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취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험프리 기간 동안 실감했던 미국의 정신은 “자유와 책임”이었습니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자유만큼 책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이 험프리 프로그램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은 여러분들에게 많은 자유를 허락할 것입니다. 다만, 그 자유를 찾는 것은 철저히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스스로 적극적으로 인맥을 형성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가야 합니다. 호스트 대학의 수업에만 매몰되면 그 소중한 시기를 단지 수료증 한 장과 맞바꾸게 될 것입니다. 

맺음말로써, 이 글을 읽으면서 풀브라이트 과정을 준비할 차기 기수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은 제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나의 능력과 경험이 한국을 넘어 미국과 세계에서도 통용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노톤의 세상에서 벗어나 세상이 얼마나 컬러풀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고, 아직 나에게 크고 튼튼한 날개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